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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이번엔 남녀갈등 조장한다며 온라인 글 삭제 나서

등록 2016-05-31 20:17수정 2016-05-31 23:36

페이스북은 지난 30일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페이스북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한 사실을 통보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페이스북은 지난 30일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페이스북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한 사실을 통보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이후

‘여혐사건’ 대응 잇단 오발탄
경찰 “갈등 예방 위해 삭제 요청”
“검열” “권한 남용” 비판 일어

페이스북은 추모페이지 삭제 논란
경찰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수십건의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삭제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의 하나라는 게 경찰 설명인데,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뒤 정신질환자 강제입원(행정입원) 등 경찰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책을 연이어 내놓는 모습이다.

31일 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중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그중 50여건에 대해 방심위에 삭제 요청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적 비하, 욕설, 극단적인 위협 등 누구나 문제라고 공감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6일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남역 살인 사건 뒤 개최한 당·정·외부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대책 가운데 하나다. 당시 당정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행정입원명령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우범지역 관리 △온라인상 성갈등, 여성혐오 등을 담당하는 경찰관 지정 등에 의견을 모았다.

경찰이 모니터링 뒤 삭제를 요청한 온라인 게시물은 ‘못 배운 △△년이…’, ‘○○놈이…’ 등 여성혐오 또는 남성혐오 내용을 담은 글들이다. 경찰은 “최종 판단은 방심위가 한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2조)상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조항을 근거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있던 갈등이 사회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이러한 경찰의 대책에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여성혐오가 뭔지 모른다고 고백한 경찰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검열을 시작했다”, “경찰의 대책은 남혐·여혐이라는 대결 프레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등의 반발이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범죄예방이나 치안 활동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경찰의 권한 남용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재빨리 선을 긋고 정신질환자 관리, 온라인 여혐·남혐 갈등 차단 등 인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큰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청 관계자는 “강남역 사건에 대한 이례적 추모 열기가 안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수뇌부 판단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인권 변호사는 “강남역 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축소시키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정신질환자를 택한 맥락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는 30일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피해자 추모글을 따로 모아놓은 페이지) 페이지가 페이스북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페이지 삭제와 관련해 페이스북 글로벌 운영센터에 문의를 해둔 상황”이라며 “게시물에 올라온 링크 때문에 스팸으로 분류되거나 많은 사용자에게 신고를 당하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박수진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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