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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학금 보답하려 봉사했더니 ‘로터리 모범 가족’으로”

등록 2016-05-31 20:15수정 2016-05-31 20:51

재미동포 변호사 변우진 씨
재미동포 변호사 변우진 씨
[짬] 재미동포 변호사 변우진 씨
“우드로는 미네소타주 로터리언(로터리클럽 회원)의 자랑이죠. 그뿐만 아니라 그는 전세계 로터리언의 롤모델입니다.” 31일 아침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미국 미네소타주 로터리클럽 회원 팀 머피는 변우진(우드로 변·54) 변호사를 자랑스러워했다.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인 이디나에 살고 있는 변 변호사는 며칠 전 서울에 왔다. 지난 27일부터 6월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6 로터리 국제대회’에 참석 중이다. 미네소타의 동료 회원들과 달리 그는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총회에서 초청받은 연사다. 변 변호사는 이번 대회 마지막날인 1일 오후 분과세션 중 하나인 ‘로터리 장학생 동문 활동’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한국인 출신의 로터리 회원으로서 이번 대회에 초청받은 연사로는 그가 유일하다.

그의 얘기가 담긴 자서전(<마이 로터리 저니>(My Rotary Journey))도 전세계 로터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월간지 <로터리언>(Rotarian) 7월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부산로터리클럽 장학생으로 유학
미네소타대 마치고 변호사로 정착
‘장학금 반환’ 문의 “봉사로 갚으라”

고양시 ‘로터리 국제대회’ 초청연사
미네소타 한인회장·입양아돕기 나서
부친·동생 변우민·매형도 봉사 ‘감염’

“봉사단체인 로터리클럽에서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직후인 1947년 처음으로 ‘장학금’ 제도를 시작했어요. 국제 우호와 평화 증진을 목표로 한 것이었죠. 지금까지 모두 4만명이 전세계에서 혜택을 받았어요. 저도 그중 한 명인데, 제 인생이 로터리클럽의 모토인 ‘초자아적 봉사’(서비스 어버브 셀프)에 걸맞다고 회원들이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그가 로터리클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서울대 언어학과)을 졸업한 뒤 홍콩의 법률회사에서 인턴 등으로 일하던 그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고향인 부산 로터리클럽 장학생 중 한 명으로 뽑혀, 미네소타대 로스쿨에서 93년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듬해부터 이디나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생활이 안정된 뒤 97년 시카고 인근 에번스턴에 있는 로터리클럽 본부에 전화를 걸어서 장학금을 갚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답변은 “우리는 장학금을 상환받지 않는다. 장학금을 고맙게 생각한다면 동네 로터리클럽에 가입해서 봉사활동을 하라”였다.

“이디나시 로터리클럽에 찾아가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 모임 때마다 참석했지요. 그런데 회원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군요. 백인들만 있는 지역 봉사모임에 동양인 한 명이 왜 이렇게 열심히 나오느냐는 거였죠. ‘장학금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으니 그걸 갚으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저를 다시 보기 시작했어요.” 그의 열성적인 활동에 감명한 회원들은 2011년 그를 아예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는 지금은 미네소타주 로터리클럽 법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미네소타 한인회장(2000~2002년)을 지내기도 한 그는 한국인 입양아들의 뿌리찾기 운동에도 열심이다. “미네소타에는 2만명의 한국인 입양아들이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많아요. 이들 대부분은 자라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 중 하나가 한복 입기 경험입니다. 입양아들이 한복을 입으면서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더군요.” 그는 입양아들이 ‘자기들이 소중히 여기는 무엇’으로 삼는 한복을 제공하기 위해 2008년 ‘한복 은행’을 설립했다. 여러 기증자들에게 받아서 입양아들에게 건네준 한복만 해도 지금까지 500벌이 넘는다.

변 변호사의 봉사하는 삶은 그의 가족들도 변화시켰다. 제주에 사는 그의 매형은 몇년 전 지역 로터리클럽에 가입했다. 또 그의 부친인 낙문(83)씨는 아들에게 줬어야 할 유학 비용의 일부나마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면서 2006년 아들 모교인 서울대에 장학금 1천만원을 냈다. 장학금 전달식 때는 친동생인 배우 변우민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내 실력이나 능력 또는 부는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죠. 그러기에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건 어느날 갑자기 되지는 않아요. 어려서부터 타인이나 이웃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커서도 봉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우리 아이만 공부 잘해서 출세하면 된다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가 점점 더 변해가는 듯해요. 봉사의 경험, 이웃에 대한 연민의 감정 등을 아이들에게 좀더 많이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고양 킨텍스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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