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 점유 불법성 따져야”
각하 결정한 원심 깨고 돌려보내
각하 결정한 원심 깨고 돌려보내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교회가 공공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짓도록 허가해 특혜 논란을 부른 서초구청에 대해, 대법원이 불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7일 황일근(45) 전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 주민 6명이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에 대한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각하 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한겨레> 2011년 3월24일치 11면)
서초구는 2010년 서초역 주변에 신축 중인 사랑의교회 건물 일부와 교회 소유의 도로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공공도로인 참나리길의 지하 공간 1077㎡(너비 7미터, 길이 154미터)를 사용하도록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내줬다. 지자체가 특정 사설기관에 공공도로 지하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고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되는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가 감사를 벌여 “구청의 허가는 위법·부당하므로 시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놨지만, 서초구가 불복하자 황 전 의원 등이 주민소송을 냈다.
1·2심은 “도로점용 허가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 또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도로점용 허가는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도로점용 허가가 적법한지 따져보지 않고 각하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내 서초구청이 사랑의교회에 내준 도로점용 허가가 적법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서초구청의 도로점용 허가 목적은 특정 종교단체로 하여금 도로 지하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공익적인 성격의 처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 지하 부분의 사용가치를 제3자가 활용하도록 하는 임대와 유사한 행위로 지자체의 재산인 도로 부지의 재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공공이 이용해야 할 도로를 특정인에게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특혜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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