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24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 현장인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ittleprince@hani.co.kr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현장검증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강남역선 25일도 추모행사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강남역선 25일도 추모행사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은 없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24일, 현장 검증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 김아무개(34)씨는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현장 검증에 나온 김씨는 ‘왜 여자를 기다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조사 과정에서 형사님들한테 말했고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얘기하겠다”고만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하는 현장 검증을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검증 현장엔 50명이 넘는 취재진과 시민 수십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36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현장 검증이 끝난 뒤, 한증섭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것과 동일하게 담담히 범행을 재연했다”며 “처음에는 별 죄책감이 없었으나 현재는 피해자에게 죄송한 맘을 간간이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를 흉기로 가해할 당시 상황을 재연할 때 “(김씨의) 표정 등에서 죄송함, 그런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17일 새벽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남성 6명에 이어 처음 나타난 여성 ㄱ(23)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애초 김씨는 “여자들한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김씨에 대한 두 차례 심리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26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하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선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추모제가 열렸다. 또 여성들이 옷차림과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하철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길거리를 걷는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행사도 열렸다. 26일 저녁엔 강남역 인근에서 행진하며 서로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 행동’이 진행된다. 같은 날, 이번 사건이 표면화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현상 및 실태와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방법 모색을 위한 긴급 집담회와 ‘여혐토크쇼’ 등이 서울시청과 경희대 등에서 열린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메운 추모 공간은 이날부터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민청 안 ‘우리가 바꿔볼게요 추모공간’에는 흰 국화와 안개꽃, 인형 등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영상이 흐르는 티브이 화면 앞에 놓였다. 4개의 벽면에는 ‘친구야 우리 행복하자’ ‘미안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박수지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
▶디스팩트 시즌3 방송 듣기 바로가기
이슈강남 살인사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