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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존 리 전 옥시 대표 출석 “가슴 아프다”

등록 2016-05-23 14:32수정 2016-05-24 17:15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대표 첫 검찰 출석… 부작용 민원 보고·영국 본사 개입 조사 대상
“정말 가슴 아픕니다.”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에 선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어눌한 한국어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1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옥시의 외국인 대표로는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존 리 전 대표가 도착하기 직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회원 10여명이 검찰청 현관에서 ‘옥시는 한국을 떠나라’, ‘살인기업 처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흔들며 항의했다. 회원들은 존 리 전 대표가 현관에 도착하자, 그에게 다가가 거칠게 항의했다. 존 리 전 대표는 ‘가슴 아프다’는 말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검찰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검찰청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느냐’는 질문 등에도, 영어로 “검찰 조사에서 내가 아는 바를 얘기하겠다.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애도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를 만나러 초등학교를 조퇴하고 왔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3)군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존 리 전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임군은 코에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휠체어에 앉아 존 리 전 대표가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검찰청 현관문을 바라봤다. 임 군의 어머니 권미애씨는 “존 리 대표와 우리 아이를 꼭 만나게 하고 싶었다. 존 리 대표가 우리 아이를 보고 뭐라고 말할지 꼭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군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돌이 지나자마자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기도협착·폐동맥고혈압 등 다양한 합병증을 앓고 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상대로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제품에 부작용이 있다는 고객 민원을 보고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가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두고 있다.

 존 리 전 대표는 구속된 신현우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때로, 피해자도 가장 많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존 리 전 대표의 처벌 수위와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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