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여성 공격 말라” 호소마저, 마스크 쓰고 외쳐야 하다니…

등록 2016-05-22 19:27수정 2016-05-24 14:20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위한 추모 집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흰색 우비를 입고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추모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위한 추모 집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흰색 우비를 입고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추모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혐오에 떠는 여성들

전국 곳곳 추모 물결

강남역 추모제 모인 여성들
몰래 촬영에 극심한 경계감
마스크 쓴 남성에 “사진 찍지 마”

대전에선 추모 메모지 훼손
일베 “포스트잇 뜯었다” 인증샷

“무고한 여성에 공감 못하나”
부산·울산·대구서도 추도 물결
“추모를 하면서도 조심해야 하는 여성들은 얼마큼 더 고통받아야 합니까?”

“정신분열증 환자가 저지른 사건인데, 남자들이 왜 ‘잠재적 범죄자’입니까?”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에 대해 일부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의 방해와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추모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신상 노출을 걱정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또다른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가한 일부 여성들은 흰 마스크를 썼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전날 추모제에 참여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거나 방송 뉴스 인터뷰에 나선 여성들의 영상을 갈무리해 누리집에 올리는 행위 때문이다. 집회 총괄자인 김아영(26)씨는 이날 ‘여성혐오 범죄 반대 추모집회 카페’를 통해 “집회가 끝난 뒤, 남성들이 주로 하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스 인터뷰에 나온 실명과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허위 사실과 인신공격, 도를 지나친 성적 모독과 살해 협박이 담긴 내용이 난무한 상황이어서 괴롭다”고 호소했다.

이날도 한 여성이 자유발언에 나서자 인근에 있던 한 남성이 “추모제가 변질됐다”며 언성을 높이면서, 참여자들과 경찰이 남성을 제지하는 등 소란도 벌어졌다. 인천에서 온 고등학생 김아무개(19)군은 “추모라는 행위는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지 자신의 생각을 전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라며 “추모 본연의 뜻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두 차례 집회에 참여했다는 서아무개(28)씨는 “무고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는데, 일부 남성들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나 애도보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일반화로 인한 분노를 더 크게 표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엔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대전 시민들이 붙인 메모지를 밤새 훼손한 일도 일어났다. 일베 누리집 게시판 등을 보면, 대전시청역 3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붙인 추모 포스트잇이 21일 밤에서 22일 아침 사이 90% 가까이 사라졌다. 지난 19일부터 대전 지역 대학생들이 붙이기 시작한 뒤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21일까지 출입구 한쪽 벽면이 추모 메모지로 빼곡히 채워진 상황이었다. ‘2년째○○○’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일베 회원은 22일 새벽 5시50분 일베 게시판에 ‘포스트잇 뜯어버리고 왔다’는 제목과 함께 뜯어낸 포스트잇을 배경으로 일베 회원을 인증하는 손가락 표시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생각보다 많아서 뜯다 보니 해가 떴다”며 “대구, 그다음은 강남이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이런 가운데도 희생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복합쇼핑몰 인근의 조형물에도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쪽지 메모 수백장이 붙었다. 쪽지에는 ‘피해자의 꿈은 뭐였을까’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가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구 도시철도 중앙로역 출구 벽면과 울산 ㅎ백화점 후문 등지에도 추모 쪽지가 붙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진 김미영 송인걸 김영동 박현철 기자 jjin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공수처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 진행 중” 1.

[속보] 공수처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 진행 중”

‘서부지법 난동’ 58명 중 56명 구속…“도주 우려” 2.

‘서부지법 난동’ 58명 중 56명 구속…“도주 우려”

[단독] 김용현, 공관서류 파쇄 지시…3시간 동안 내란 증거 없앴다 3.

[단독] 김용현, 공관서류 파쇄 지시…3시간 동안 내란 증거 없앴다

윤석열, 계엄 영상 보더니 “군인들 스스로 나가지 않는가” 궤변 4.

윤석열, 계엄 영상 보더니 “군인들 스스로 나가지 않는가” 궤변

“윤 탄핵 인용하면 헌법재판관들 단죄” 조선일보 게재 광고 섬뜩 5.

“윤 탄핵 인용하면 헌법재판관들 단죄” 조선일보 게재 광고 섬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