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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모로 끝내선 안돼…공론화 필요 느껴”

등록 2016-05-20 20:57수정 2016-05-24 14:26

‘강남역 증언’ 제안 양지원씨 등 3명
“남녀대결 아니라 사회적 문제”
“우리가 그냥 이대로 있어도 될까?”

이 한마디가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 출구’의 시작이었다. 지난해부터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책을 읽던 이지원(24), 박윤하(26), 양지원(30)씨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에서 살해된 20대 여성과 관련된 보도를 본 뒤, 18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들은 19~20일 저녁 강남역 앞 추모문화제를 기획해 여성들이 자기 경험을 증언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증언 대회’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20일 저녁 7시 현재 3700여명이 이 페이지를 구독하고 있다.

직장인인 양씨는 “직장 때문에 바쁘지만 이건 남의 문제가 아니지 않냐”며 시간을 쪼개 문화제를 기획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했다. 양씨는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여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각자의 경험을 토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19일 진행된 증언 대회에서 발언한 여성들은 울기도 하고 떨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문화제를 시작하기 전에 위협과 테러가 있을까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화되지 않고 연구되지 않았던 것들이라서 쉽게 증명할 수 없던 것들에 대해 여성들이 나와서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도 “많은 여성이 이 사건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공포를 느끼고 있구나 싶었다. 이곳에 온 남성들도 이것이 남녀 대결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면서 ‘남녀 대결’ 구도로 보이는 시각에 대해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공격적이고 과격하게 느껴지는 점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며 “여성혐오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표현한 언어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인식과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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