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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신질환자, 제2의 피해자 될 우려

등록 2016-05-20 19:15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여성민우회 회원 오희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여성민우회 회원 오희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남살인 피의자 병력 알려지자
‘정신병=잠재적 범죄자’ 낙인
전문가들 “특성상 공격성 적어”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가 정신질환 병력을 가졌던 사실이 드러나고 범죄 원인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낙인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 역시 ‘여성 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나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김아무개(34)씨는 2008년부터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4차례 걸쳐 입원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0일 현재 범행이 조현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신병자들을 평생 정신병동에서 사회와 격리된 채 살게 해야 한다”는 식의 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이 오롯이 범죄의 이유로 설명되기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피의자를 조현병 환자의 일반적인 형태로 봐서는 위험하다”며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는 범죄율이 낮다. 범죄를 하려면 조직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데, 조현병 환자는 범죄를 조직하는 데 집중하는 힘이 부족하다. 이번 사안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정신과전문의도 “보통 조현병 환자들은 공격적이지 않고,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 물론 개개인의 특성 차이가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공격성이 조현병 환자의 일반적 특성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장은 19일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 (만약 그에게 정신병적인 망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최근 들어 뚜렷하게 늘어난 심리적 현상인 여성 혐오가 그의 망상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라며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행위가 모두 정신병 때문인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에 의해 더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함에도,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보도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더 무섭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뉘앙스가 대중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욱 박수지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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