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사건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던 작가 고종석(57)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헌숙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고씨는 2013년 논란이 된 ‘고은태 교수 성희롱 사건’의 피해여성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고은태 교수는 2012년 9월께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피해여성에게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여성이 이듬해 3월 인터넷에 성희롱 사실을 공개하자 고 교수는 즉시 트위터에 사과 글을 올렸다.
이에 고종석씨는 같은 날 트위터에 피해여성이 과거 올렸던 트위터 글 8개를 리트윗(공유)했다. 아울러 “지금부터 상당히 혐오스러운 글들을 리트윗하겠다”, “확실한 것은 G(고 교수)가 피해자”, “JS(고종석의 약자)가 겪은 경험으로는 세상일이 반드시 겉으로 보는 그대로는 아니더라”라는 글을 게시했다. 고씨가 공유한 피해여성의 글은 주로 성관계나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된 고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은 혐의를 인정했다. 성희롱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된 상황에서 고씨가 피해여성의 평소 거리낌 없는 성적 표현을 알려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논란이 되고 있던 성희롱 사건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타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씨는 피해여성이 아닌, 피해여성의 글에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썼을 뿐이고, 이 표현도 일반적으로 욕설이나 비속어로 받아들여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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