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특강하기 위해 입장하며 학생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2016.5.13 연합뉴스
세월호·메르스·교과서·위안부
어버이연합·개성공단·가습기…
정부 실책 일일이 짚고
“4·13 총선은 반란 아닌 혁명”
“대선 행보 시동” 시각 적잖아
어버이연합·개성공단·가습기…
정부 실책 일일이 짚고
“4·13 총선은 반란 아닌 혁명”
“대선 행보 시동” 시각 적잖아
“역사의 후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 우리는 과거로, 뒤로 후퇴만 하고 있다. 4·13 총선은 ‘반란’이 아니라 차라리 ‘혁명’이다. 국민은 정부·여당과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침몰해 가는 대한민국호의 균형수가 돼 주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야권 대선 후보군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뒤로 숨지 않겠다. 박관현 열사처럼, 윤상원 열사처럼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3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로 전남대학교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1980년 5월 광주가 2016년 5월 광주에게-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을 주제로 전남대 학생들과 교직원, 광주시민 등 400여명 앞에 섰다.
박 시장은 강연에 들어가자 마치 대선 출사표인 양 자신의 인생을 연도별로 소개했다.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의 변론을 맡은 일부터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광주항쟁의 진실을 밝힐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청원한 일까지 소개하면서 “단언컨대 이 모든 활동은 광주가 만들어 준 용기의 결과다. 이렇게 광주정신은 평범하게 살 뻔한 박원순의 인생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과 관련해서는 “종달새를 새장에 가둘 수는 있어도 노랫소리를 가둘 수는 없다”며 “5·18 정신은 시대와 더불어 변해가는 새로운 도전이자 사명이고 그래서 5·18, 광주정신은 현재이며 미래”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현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 냈다. 그는 “2시간 동안 수장되어 가는 아이들의 절규를 생방송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던 세월호 사건, 국민 안전에는 ‘1% 가능성이 100%다’는 것을 알게 해준 메르스 사태, 통치자의 하나의 역사만을 강요하는 폭력적 국정역사교과서 제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조차 몰랐던 한일 위안부 불가역 협약, 헌법정신을 유린한 정부에 의한 희대의 여론조작 사건인 어버이연합, 남북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남북평화를 위협하는 개성공단 폐쇄, 5년 넘게 수백 명의 산모와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살인마 가습기 사건, 도대체 다 열거하기 어렵다. 역사의 후퇴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4.13 총선은 ‘반란’이 아니라 차라리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정부·여당과 박근혜 정부의 오만, 독선으로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의 균형수가 돼 줬고 야당 또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라며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국민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라는 말처럼 지금 서슬 퍼런 심판의 칼끝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닫고, 눈 감았던 ‘민맹의 정치’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국민들의 소소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민생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강연 내용에 대해 박 시장이 광주를 교두보로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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