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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정수장학회 대화록 보도 유죄”…언론계 “알권리 위축”

등록 2016-05-12 14:41수정 2016-05-12 22:33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정수장학회 재산 처분 관련 비밀회동을 처음 보도한 10월13일치  토요판 1면.  자료사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정수장학회 재산 처분 관련 비밀회동을 처음 보도한 10월13일치 토요판 1면. 자료사진
청취·녹음·보도 모두 불법 판단
“MBC지분 매각…비상한 공적 관심 아냐”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게
징역 6월·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변호인 “전화하다 중대 대화 들리는 상황
기자에 전화끊을 의무 있다는 건가”
언론노조 “언론자유 중요성 무시”
2012년 대선 직전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 매각을 논의한 비밀회동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43) 기자에게 징역 6월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전직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려는 계획을 폭로한 공익 보도였다는 점을 간과한 판결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 등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다.

최 기자는 2012년 10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당시 문화방송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문화방송 전략기획부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 매각을 논의한 비밀회동 내용을 보도했다.

2013년 1심은 청취와 녹음 행위를 분리해 청취는 유죄로, 녹음·보도를 무죄로 보고 징역 4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했다. 2심에선 청취·녹음·보도 모두 유죄로 보고 형을 높여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했다.

대법원은 청취·녹음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최 기자 쪽은 이 대화를 청취·녹음하게 된 것은 최 전 이사장이 통화를 종료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따라서 기자에게 전화를 끊어야 할 의무까지 생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라는 중대한 공적인 관심사를 보도하기 위한 청취·녹음 행위기 때문에 정당하다(위법성 조각)는 최 기자 쪽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2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안승호)는 “불법 녹음된 대화내용을 실명과 함께 그대로 공개하여야 할 만큼 이 대화내용이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로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공익 수호란 특별한 직업윤리를 가진 일반적인 기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내용이 들리는데도 통화를 종료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인과 똑같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 기자 쪽 변호를 맡은 김진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취재원과의 기존의 통화 녹음 상태를 유지했을 뿐인 기자에게 공영방송의 지분매각이라는 중대한 대화가 들려오는 상황에서 전화를 끊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고,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 보도의 필요성,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요청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가 비록 공익을 위한 것이더라도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재판부는 현재의 법 조문에 충실하게 판결했다고 하겠지만, 공익을 위한 취재·보도 행위가 분명한데도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최 기자가 보도한 내용은 당시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된 것으로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인데, 재판부가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 자유가 나날이 후퇴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되어 언론의 취재 의지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훈 최원형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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