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창가 흥타령’을 재구성한 박인혜(32)씨의 판소리가 흐르는 동안 행위예술가 백정미(27)씨와 어효은(26)씨의 거센 몸짓이 시작됐다. 붓을 든 두 사람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얼굴과 피를 형상화한 그림이 넓게 펼쳐진 하얀 천 위에 새겨졌다.(사진)
‘청년예술가네트워크’가 꾸린 첫번째 ‘청년예술페스타’가 5일 서울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작됐다. 퍼포먼스와 국악, 라이브 페인팅이 어우러진 첫번째 예술행동의 제목은 ‘나비, 깨어나다’다. 광복 70년이 넘도록 해방을 맞지 못한 ‘소녀’들을 주제로 삼았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 사회와 예술의 접점을 고민하던 젊은 예술가 80여명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며 검은 복면을 쓴 채 그림을 그리고,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는 무당 차림으로 방울을 흔들며 흥겨운 판을 열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수요시위 때는 늘 검은 치마와 흰 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해 시위 뒤 예술행동을 벌였다.
대표인 송상훈씨는 “그동안 거리에서 사회적 예술을 선보여왔다면 이번 페스타는 일상의 공간에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 사회적 예술을 실험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천시장, 신촌 바람산 어린이공원, 창동 플랫폼창동61 등 다양한 공간에서 14일까지 열흘 동안 계속될 이번 페스타에서는 16개 공연과 19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사회적 예술을 다룬 포럼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천시장에서는 불안한 경기 속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을 다룬 극 <영천시장 예술 덧배기>를 공연하고, 플랫폼창동61에서는 ‘엔(N)포세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국악공연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를 펼친다.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플라자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정치참여, 세월호,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문제를 작가의 방식으로 풀어낸 미술과 사진 작품이 선보인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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