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해 호주 상속인이 없어 호적부 자체가 말소되는 ‘절가’의 경우 말소된 호적부상 가족이 출가한 딸보다 우선해 유산을 상속받도록 한 관습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해당 관습법은 호주가 될 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면 출가한 딸보다 호주의 형제자매 등과 같은 호적부상 가족이 유산을 우선 상속받도록 해, 자녀를 1순위 상속인으로 규정한 현행 민법과 어긋나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5일 유아무개씨가 ‘절가된 가의 상속에 관한 관습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유아무개씨는 외조부모가 1948년과 1954년 차례로 숨져 토지 소유권을 출가한 모친이 상속받아야 하는데 외조부 이복동생이 잘못 상속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어머니 이아무개씨는 2011년 5월 최아무개씨를 상대로 충남 천안에 있는 토지를 허위 보증서 등을 이용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며 말소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유씨의 어머니 이씨가 소송을 낸지 두 달만에 사망하자 유씨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1심은 관습법을 근거로 유씨의 모친이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습법에 따라 유씨 외조부의 이복동생이 유산을 상속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유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관습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먼저 재판관들은 관습법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점에서 판단이 갈렸다. 이진성,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 3명은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같은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반면 다른 6명의 재판관들이 “관습법은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된 재판규범으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헌재 심판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합헌 여부를 따질 수 있게 됐다.
본격 위헌 여부 판단에서는 박한철 헌재소장,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 등 4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절가된 집안의 재산을 호적에 남아있는 가족에 우선 승계하도록 한 것은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인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그 러면서 “민법 시행으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소급해 그 효력을 모두 부인한다면 이를 기초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혀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해당 관습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관한 국가의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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