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지방대 로스쿨 출신의 김아무개 변호사는 최근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50억대 수임료’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변호사 개업 후 매일 겪고 있는 일상과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남들보다 10년가량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입학했다. 수습 실무를 마치고, 8개월가량은 한 법무법인에서 ‘반고용’ 형태로 일했다. 월급을 받지 않고 회사 일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 자신의 사건을 진행해 수익을 내야 했다.
김 변호사는 반년 전에 개업을 해서 또 다른 법률사무소에 독립 변호사로 들어갔다. 하지만 사건 수임이 쉽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를 보조하는 정도의 수입밖엔 벌지 못한다. “어차피 전관 변호사들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고 제 나름대로 생계를 유지할 길을 찾아야죠.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전관 변호사들이 눈먼 돈들 쓸어가는 걸 보면 박탈감이 커요.”
한 변호사 전용 커뮤니티 인터넷 사이트에도 ‘정운호, 변호사 폭행사건’ 기사를 담은 십여건의 글이 올라왔고, 글마다 여러 건의 댓글이 달렸다. 회원들은 “전관 변호사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 “변호사협회가 형사사건의 과다한 착수금·성공보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박탈감을 느끼는 건 사법시험에 합격해 바로 변호사가 된 비전관 변호사들도 다르지 않다.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7년차 안아무개 변호사는 “무죄를 다투는 사건도 아닌 자백까지 한 도박 사건에 변호사가 수임료 50억을 약속받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이 정도 액수면 브로커를 통한 부정한 구명로비가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에선 전관 변호사들의 도박 사건 수임료는 2000만~3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변호사는 “부정하게 번 돈이기 때문에 더욱 다른 변호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시 출신의 4년차 박아무개 변호사는 “국선전담변호인 경쟁률이 지난해 9.2 대 1이었고, 민사소송을 도와서 1건에 100만원 받는 소송구조지정변호사에도 지원자가 어마하게 몰리는 게 지금 변호사 업계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일부 전관 변호사의 문제 때문에 변호사 업계 전반이 부패한 것으로 비치니 억울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관 변호사들이 받는 수임료가 어느 정도 되는지 조사한 자료는 아직 없다.
지난해 10월 이재협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변호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로스쿨 1~3기 출신 변호사의 평균 연봉은 7251만원, 같은 기간 연수원 40~43기 출신 변호사는 8799만원, 연수원 39기 이상의 경력 7년 이상 변호사는 1억4481만원이었다. 많은 수임료를 받는 전관 변호사들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경력 7년 이상 변호사들의 평균 연봉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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