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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퀘벡 청년, 또다른 사회적경제 세계 이끌다

등록 2016-05-01 20:20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사회적기업 인서테크에서 일하는 청년들.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적기업으로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재생 컴퓨터로 되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서테크 누리집.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사회적기업 인서테크에서 일하는 청년들.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적기업으로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재생 컴퓨터로 되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서테크 누리집.
캐나다 퀘벡주 사회적경제 주역
마거리트 멘델 교수 방한 특강
사회적경제가 청년 실업 대안 강조

“청년들, 사회적경제 참여 급증하며
‘빈곤 문제 탈출’ 초기 시각 넘어서
‘좋은 사회’ 연대 등 새로운 비전 부상”
캐나다 퀘벡주는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와 함께 세계 사회적경제 3대 모델로 손꼽힌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영역의 연간 매출 규모는 150억달러(약 17조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이른다. 주 전체 인구(821만)보다 협동조합 조합원 수(880만)가 더 많고, 사회적경제 단체는 7241개에 달한다. 소비자생협에 가입해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고, 가까운 의료생협에 가입해 항생제 없는 주치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맞벌이 부부일 경우 공동육아협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일상화된 곳이다. 말 그대로 ‘사회적경제 주’다.

마거리트 멘델 캐나다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마거리트 멘델 캐나다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마거리트 멘델(69) 캐나다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한국에 왔다. 지난 26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청년활동과 사회적경제’란 주제로 초청강연이 열렸다. 콘코디아대 교수(경제학)이기도 한 멘델 소장은 퀘벡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산파 구실을 한 인물이다. 퀘벡주 사회적경제협의체 ‘샹티에’(Chantier)를 낸시 님탄(65·샹티에 전략고문)과 함께 이끌어왔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세대가 처한 삶의 기반은 흔들린 지 오래다. 지난 3월 청년층(15~29살) 실업률은 11.8%로 2000년 이후 최고치(3월 기준)다. 지난 2월에는 12.5%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강연에서 멘델 소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와 미국, 제3세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함께 고용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는 것 자체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교를 떠나는 청년·청소년도 늘고 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바로 이어 청년세대가 처한 이러한 삶의 근본적 위기 속에 요즘 퀘벡을 포함해 전 지구적으로 사회적경제가 그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청년들의 활동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청년세대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결핍·필요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캐나다의 인서테크(Insertech) 같은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희망과 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드는 청년 활동이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캐나다 사회적기업 ‘라 토후’는 그 대표적 사례다.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 인서테크 멘델이 소개한 인서테크(퀘벡주 몬트리올)는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중고 컴퓨터를 기증받아 분해·수리하고 다듬어 쓸만한 재생 컴퓨터로 되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멘델은 “이곳은 비행 청소년이나 학교 중퇴자, 주의력 결핍이나 난독증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운 친구들이 사회와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 훈련교관들이 힘을 모아 정교하고 구체적인 훈련을 제공해 희망을 되찾게 해주는 오래된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26주간 직업교육(1주일 35시간)이 이뤄진다. 6개월 뒤 여기서 얻은 경력을 바탕으로 재취업(75%)하거나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25%).

운영예산 중 55%는 정부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재생컴퓨터 판매 수익에서 충당한다. 인서테크는 청년 교육 컴퓨터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 방지 빈곤층에 저렴한 컴퓨터 보급 등 세 가지 목적을 지향한다.

지역을 변화시킨 사회적기업, 라 토후 몬트리올 생미셸 지역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만든 ‘라 토후’(La Tohu)라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광산업이 발달했던 생미셸은 이 산업이 쇠퇴하면서 세수가 급격히 줄었고, 1980년대 이후 캐나다 전역의 쓰레기 매립 대금을 받아 공공재정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으로 환경오염이 악화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갈등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사회적기업 ‘라 토후’가 등장했다. 지역주민과 지자체와 대화하며 혁신적 대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에게 개별 지급되던 환경피해보상액을 모아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추출하는 공장을 세우고, 이 시설을 마을공동체가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제안에 동의했다.

나아가 ‘라 토후’는 공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쪼개 주민들에게 배분하지 말고 지역 고유의 산업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삶의 비전을 제시해주자고 또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이윽고 떠돌이 서커스단이던 ‘태양의 서커스’를 지역산업으로 유치하고, 서커스산업 인재를 양성할 ‘서커스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에서 학습하고 훈련받은 지역 청년들이 다양한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뿐 아니라 무대예술·극작가·조명·의상디자이너는 물론 공연장·연습장·숙소 등 관련 사업도 다양하다.

지난해 4월 ‘태양의 서커스’가 영리자본에 매각됐지만, 생미셸은 이제 서커스 공연사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환경오염이 건강을 위협하고, 지독하게 가난하고 범죄율마저 높았던 곳이 문화예술의 영감을 불어넣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캐나다와 북미를 통틀어 유일하게 재활용 원자재를 이용해 만든 360도 원형극장이 세워졌다. 멘델은 “‘라 토후’의 성취는 단순히 고용창출 효과에 머물지 않는다”며 “지역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영감을 주는 일련의 활동은 지역 청년들의 사회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 사회적경제 참여 급증 퀘벡 모델의 요체는 시민사회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는 사회적경제협의체 ‘샹티에’에 있다. 샹티에는 1990년대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적경제 모델을 돌파구로 선택해 1996년 만들어진 조직이다. 샹티에의 강력한 장점은 풍부한 기금에 있다. 핵심축은 금융협동조합인 데자르댕은행과 퀘벡노동조합총연맹이다. 정부는 기금 투자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직접 출자와 더불어 운영비 지원도 해주고 있다.

멘델은 “최근 퀘벡주에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어버리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강한 네트워크로 대처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캐나다 연방정부에 진보적이고 역동적인 젊은 총리가 취임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정책과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멘델은 이런 외부의 정치환경보다는 젊은 청년들의 사회적경제 영역 참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좋은 삶’을 위한 대안적 모델로 사회적경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은 여러 섹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로컬푸드와 유기농업, 소비자협동조합 등 농업 분야 그리고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문제를 다루는 환경 분야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멘델은 청년들이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산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퀘벡 사회적경제가 지난 20여년간 명성을 쌓아온 건 사실이다. 최근엔 청년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사회적경제를 보는 시각에 대한 일정한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경제가 빈곤이란 절박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했던 사람들 중심의 활동이었다면, 청년들은 또다른 사회적경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 좋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불어 일하고 연대를 함양하면서, 자연과의 평화로운 조화를 꾀하는 사회 디자인이 새로운 사회적경제의 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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