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물먹는 하마(옷장용) 7+1’ 판촉행사.
“정모야, 옥시잖아!”
29일 오후,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장을 보던 직장인 김정모(32)씨는 ‘물먹는 하마(옷장용) 7+1’ 판촉상품을 집어 들었다가 친구의 이런 ‘지적’에 물건을 내려 놨다. 이날 롯데마트에선 제습제와 제모제 등 옥시의 제품을 쌓아두고 추가로 상품을 끼워주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판촉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된 뉴스를 본 뒤로, 옥시제품을 사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데 롯데마트는 대국민 사과를 해놓고 이렇게 판촉행사까지 해도 되는 건가요. 이러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죠.” 김씨가 말했다.
옥시 제품 구입시 상품권을 증정하는 판촉행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옥시가 안전성 검사를 조작하고 허위 보고까지 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애끓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임신부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에는 ‘옥시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라는 제목의 글을 비롯해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글 40여개가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판 중인 옥시 제품 125개의 리스트와 ‘대체품’ 정보를 활발히 퍼나르고 있다. 인터넷 청원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불매운동 동참 청원에는 이날까지 1228명(오후 6시 기준)이 서명에 동참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행된 ‘원순씨의 엑스(X)파일’ 방송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라고 비유하며 “앞으로 서울시에서는 옥시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옥시 제품 판매를 거부한 ‘늘픔약국’ 안내문.
일부 약사들이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등 옥시의 의약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판매자들의 옥시 거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늘픔약국’을 운영하는 박상원(29) 약사는 “안전성이 중시돼야 할 제약회사 옥시가 유해성분이 있음을 알고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항의 차원에서 지난 26일부터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전국 16개 시·도지부장협의회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는 기업의 제품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별도의 진열대까지 마련해 놓고 옥시 제품에 대한 판촉행사를 열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임은경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형마트들이 문제기업의 상품에 대해 판촉행위를 하는 것 역시 반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형마트의 홍보담당자는 “예정된 행사를 진행한 거라,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재욱 원낙연 김미영 기자 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