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상자 재범위험자 간주 우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식별 어렵고
처벌도 약해…제한 풀면 안돼” 반론도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식별 어렵고
처벌도 약해…제한 풀면 안돼” 반론도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범죄 내용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이 취업 제한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을 개별적으로 심사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헌재는 28일 강제추행죄를 저지르고 치료감호 중인 청구인이 제기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9명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법조항은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이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 또는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어떤 예외도 없이 대상자가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며 “단지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어 치료를 전제로 하는 치료감호제도의 취지와도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 관계자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법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헌재는 “10년이란 기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대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31일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형의 집행을 종료한 날부터 10년간 의료기관 개설 또는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결정이 재범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성희 서울시교육청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센터장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육안으로 식별이 쉬운 게 아니고 학부모들의 반발도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아동성범죄 처벌 강도가 외국보다 약한데 이것까지 풀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의수 여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곧 헌재 선고와 관련해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징역이냐 벌금형이냐 등 양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차등화하는 안을 논의해 법률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지훈 김양중 김미향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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