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9일 밤 10시께 서울 은평구에 있는 치킨집에 고객 3명이 들어왔다. 2명은 성인으로, 식당 주인 진아무개씨가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 온 ㄱ씨는 건강한 체격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어 진씨는 당연히 성인이라고 여겼다.
술을 마시고 식당을 나갔던 ㄱ씨는 2시간 뒤 다시 가게에 왔다. “미성년자인 나에게 술을 팔았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며 진씨를 협박했다. 알고 보니 그는 만 18살로 청소년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진씨의 남편은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은평구청장은 지난해 말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처음에는 2개월 영업정지였는데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감경됐다. 진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진씨는 “신고하지 않고 돈을 줬다면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겠지만, 비슷한 범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 신고를 했는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행정심판위는 진씨가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일반음식점 영업정지처분 취소청구’를 받아들여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행정심판위는 “ㄱ군의 용모만으로 미성년자로 보기 어렵고, 청소년임을 악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를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위조 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술을 팔거나 청소년 강압에 못 이겨 술을 내준 사업자는 행정처분을 감경해주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입법예고된 것도 고려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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