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지역에서 자신의 가게가 철거 위기에 몰린 세입자가 분신을 시도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태다.
경찰과 돈의문 상가 세입자 대책위원회(세입자 대책위) 등의 말을 종합하면 12일 오후 1시20분께 돈의문 재개발지역에서 고아무개(67)씨가 자신이 운영했던 일식집에 대한 명도집행(강제퇴거)이 마무리 될 즈음, 주변에 있던 인화물질을 몸에 뿌린 뒤 분신했다. 고씨는 분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상태라고 지인들은 전했다. 경찰은 “명도집행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가게 근처에 있었던 인화물질로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대책위 쪽의 말을 들어보면, 1999년 이곳에 자리잡은 고씨는 15년 가까이 아내와 직장에 다니다 합류한 아들까지 세 가족과 함께 일식집을 꾸려왔다. 7000만원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가게에서 십수년간 수많은 단골을 모았지만 갑작스런 재개발로 가게에서 밀려나게되자, 고씨는 지난해까지 돈의문뉴타운 신문로지역 상가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가게를 지키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해왔다고 한다. 고씨가 ‘죽기를 각오했다’는 가게 앞에 펼침막을 내걸고, 역사 깊은 ‘맛집골목’이 뉴타운개발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곳곳에서 발언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날 고씨의 가게는 강제철거 수순에 들어갔다. 고씨네 일식집이 있던 자리는 공원부지로 개발될 계획이다.
세입자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마지막 남아있던 가게 서너곳 마저 대부분 협상이 이뤄져버린 상황에서 고씨는 마지막까지 조합과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가게 철거가 시작되고, 가게 안에 있던 집기가 끄집어내진 것을 보시고 화를 참지 못해 분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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