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주 기소의견 송치 계획
‘인사처 비번 삭제’ 수사도 진행
‘인사처 비번 삭제’ 수사도 진행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 송아무개(26)씨가 본 시험에 앞서 치러진 지역 선발 시험 문제지를 훔치기 위해 대학 교직원을 사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국무총리실은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에 대해서도 전자식잠금장치(도어락) 옆에 적힌 비밀번호 삭제 등 사건 이후 불거진 은폐·축소 의혹을 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송씨가 대학에서 치러진 1차 선발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치기 위해 교직원을 사칭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송씨가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던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은 지역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추천받은 뒤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선발하는 전형이다. 제주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송씨는 앞서 1월23일 대학의 자체 선발시험에서 81점을 받아 1등으로 이 전형에 추천된 바 있다.
송씨를 추천한 대학은 당시 서울 신림동의 공무원 시험 전문 사설학원에 선발시험을 의뢰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학원 5곳에 전화로 문의하며 문제출제 학원을 알아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8일 서울로 올라온 송씨는 문제지와 답안지가 있는 강의실을 확인한 뒤 이틀 뒤인 10일 낮 데스크 여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문제지 1장과 답안지 2장을 훔쳤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주 초 사건을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송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과 국무총리실은 행자부와 인사처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씨는 도어락 옆에 적힌 비밀번호를 보고 인사처 사무실에 침입했는데,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행자부 담당자의 지시로 이 비밀번호가 지워졌다는 안전처 직원의 진술이 나온 바 있다. 여기 더해 “국가정보원의 피시(PC) 보안지침을 모두 이행했다”는 인사처 쪽의 답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정부 기관의 책임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청사방호와 용역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행자부 쪽은 “비밀번호와 관련해서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고 있고, 책임 소재를 놓고 부처끼리 민감한 부분도 있어 지금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꺼렸다.
방준호 이승준 원낙연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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