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주식 투자 논란 끝에 사의를 밝힌 진경준 검사장과 같은 지분을 매입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 관련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진 검사장의 수상한 ‘주식 대박’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실제로 얼마에 샀는지,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어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7일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진 검사장, 이들에게 넥슨 주식 투자를 권유한 박아무개 전 넥슨홀딩스 감사 등의 해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2005년 넥슨 미국법인장을 지낸 이아무개씨가 갖고 있던 넥슨 주식 0.69%를 똑같이 나눠 가졌다. 이 전 법인장은 넥슨 지분을 넘길 때는 퇴직한 상태였으나 넥슨 초기에 합류한 주요 멤버로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넥슨 상장 계획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2005년 10월 이전까지는 김정주 대표가 넥슨 주식을 내부 직원끼리만 거래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 전 법인장의 주식 거래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게 넥슨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장을 하면 ‘대박’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넥슨 주식은 2011년 일본 시장 상장 전까지 일반인이 매입하기 매우 어려웠다. 이런 주식을 넥슨의 성장에 별다른 기여도 하지 않은 진 검사장 등이 쉽게 사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모두 김정주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대표로부터 회사 관련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와 진 검사장, 박씨 등은 이런 의혹에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 등이 당시 넥슨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주식 매입 가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뿐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주당 4만원대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과 박 전 감사는 구체적인 가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전 감사는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와 같은 가격에 샀다”고 말했으나, 7일 <한겨레>에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진 검사장은 지난달 31일 언론에 공개한 해명서에서 “수만원대에 샀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진 검사장이 김상헌 대표와 똑같은 가격에 매입했다면, 그가 4억여원의 현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4억여원은 2005년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25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11년차 검사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비상장 주식에 ‘몰빵’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현금성 재산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당시 진 검사장이 얼마의 재산을 갖고 있는지 공개된 자료는 없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법조인들은 ‘그가 당시 25평 수준의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고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진 검사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먼저 조사한 뒤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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