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진관
서울 용산구 동자동 공원 입구 연탄불 위 주전자에는 허연 물이 끓고 그 위로 우산이 씌워져 있다. 우산 쓴 연탄불은 눈도 피하고 비도 피하며 밤낮 이어 일 년 삼백육십오일 공원을 데우고 물을 데우고 사람을 모은다. 누구는 봉지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연탄집게 위에 햄을 굽고, 누구는 컵라면을 끓이고, 누구는 몸을 데운다.
비 맞는 사람에게는 자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 우산 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선이 아니라 우산을 버리고 같이 비를 맞으며 공감하는 자비 말이다. 그러나 우산 쓴 연탄불은 자선과 자비를 함께 베푼다. 자비의 원조는 관세음보살이다. 슬퍼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여, 슬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슬퍼하는 사람과 같이 슬퍼하는 천 개의 눈을 가진 보살 말이다. 우산 쓴 연탄불 조심히 열어볼 일이다. 천 개의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천 개의 허연 눈물 끓이고 있는 관세음보살, 그 안에 웃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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