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디지텍 대출로비 보니
금융권 네트워크 가진 브로커 고용
수출입은행 등서 수백억 불법대출
‘감리 무마’ 전 금감원 간부엔 뒷돈
검찰, 브로커·은행직원 등 7명 기소
금융권 네트워크 가진 브로커 고용
수출입은행 등서 수백억 불법대출
‘감리 무마’ 전 금감원 간부엔 뒷돈
검찰, 브로커·은행직원 등 7명 기소
터치스크린 업체 디지텍시스템스(디지텍)는 2013년 초 대출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부실기업이었다. 연이은 횡령과 주가조작 사건으로 추가 대출도 막힌 상황이었다. 디지텍은 금융브로커 이아무개(42)씨에게 선을 댔다. 금융권 출신으로 민간은행 쪽에 화려한 인맥이 있는 이씨가 나서면서, 디지텍은 농협에서 5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대가로 이씨는 2억7000여만원의 성공 보수를 챙겼는데, 디지텍 회계 장부엔 ‘기업컨설팅 비용’으로 위장 기재됐다.
더 큰 자금이 필요했던 디지텍은 이씨로부터 국책 금융기관 쪽 마당발인 최아무개(52)씨를 소개받았다. 최씨가 나서자 수출입은행과 국민은행에서 각각 400억원과 280억원을 대출해줬다. 최씨의 대출 로비에도 검은돈이 깔렸다. 최씨는 국민은행 지점장 이아무개(60)씨에게 3000만원을 찔러줬다. 디지텍 쪽도 강아무개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에게 감리 무마를 대가로 3300만원을 건넸다. 기업 사냥꾼과 금융 브로커, 금융기관과 금융당국 관계자까지 가담한 부실기업 디지텍 대출로비 사건의 전모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가 5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디지텍이 2012~2013년 1년 동안 국책 금융기관과 농협·국민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1160억원에 달한다. 2012년 디지텍을 자본 없이 인수한 기업 사냥꾼들은 금융권에 네트워크를 가진 금융 브로커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과 금융감독기관 간부는 커미션을, 브로커들은 로비 성공대금을 챙겼다.
검찰은 뒷돈을 받고 대출을 도운 혐의(뇌물수수 등)로 산업은행 이아무개(50) 팀장과 강아무개 전 금융감독원 국장(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을 구속 기소하고 국민은행 지점장 출신인 이아무개씨 등 은행 관계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디지텍에 대한 대출 로비 대가로 돈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 등)로 금융 브로커 최아무개씨 등 4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했다. 수사를 벌인 금융조사2부 관계자는 “각 금융기관과 유착관계를 지니고 있는 ‘맞춤형 브로커’를 활용한 디지텍의 대출사기로 금융기관의 피해가 컸다. 특히 국책금융기관에 대해 실제 대출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텍은 지난해 1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지만, 디지텍이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 855억원 대부분은 해당 금융기관의 손실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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