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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객님 통신자료, 별거 맞거든요

등록 2016-04-01 19:19수정 2016-04-04 10:1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다들 하고 계신가요? 통신자료 제공 사실확인서 신청 말이에요. 고객의 소중한 통신자료를 수사·정보기관에 인심 좋게 나눠줬으면 적어도 알아서 알려주는 게 ‘상도덕’일 텐테, 이동통신사(이통사)들은 따로 신청한 고객한테만 내역을 보내준다네요. 그것도 최대한 덜 구체적으로, 쬐끔. 어쩌겠어요, ‘호갱’ 안 되려면 우리가 직접 나서야죠.

안녕하세요. 경찰서까지 들락날락하며 통신자료 제공내역 수집과 기기묘묘한 통신자료 제공 흔적 찾아보기 등을 벌이고 있는 24시팀 방준호입니다. 저는 지난해 두 차례 경찰에 통신자료가 넘어갔는데, 독자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국가정보원과 군, 검·경찰이 왜 내 통신자료를 가져간 걸까? 봄바람에도 찜찜한 마음을 못 털어내시는 여러분을 위해 ‘친기자’에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통신자료라는 건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그리고 이동통신사 가입·해지일 등을 담은 가입자 인적사항이에요. 수사·정보기관에 통신자료 이야기를 꺼내면 “아니 뭐 그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거 별거 맞거든요!”라고 먼저 외치고 시작할게요. 법에서는 개인정보를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설명합니다. 통신자료 가운데 정말 완벽하게 개인을 딱 집어낼 수 있는 건 주민번호죠. ‘방준호’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여럿 있을 수 있지만, 860727-1××××××(나이를 공개해 죄송합니다)이라는 주민번호를 가진 사람은 세계에 저 하나뿐인 거죠.

문제는 주민번호가 개인정보를 여는 ‘만능열쇠’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건보) 데이터베이스에 제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저의 직업부터 건강·소득수준까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검·경찰은 지난해 건보에서 110만1941건(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자료)의 개인정보를 받아갔다고 하네요. 그밖에 수사·정보기관들은 주민번호를 들고 내부정보 속에서 ‘그 사람’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어낼 거라는 의심도 곳곳에서 나오더라고요.

수사·정보기관들은 “수사를 하려면 통신자료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보다 ‘수사상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가 판단하지?” 되묻고 싶어요. 통신비밀보호법을 보면,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 등)나 ‘통신제한조치’(감청)는 별다른 장애물 없이 가져가는 통신자료와 달리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도 너무 쉽게 ‘쓱’ 이뤄져서 문제지만, 적어도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합당한 이유를 검토할 수 있는 절차라도 있는 거죠. 그런 지적에 대해 수사·정보기관들은 “통신자료가 통신사실확인자료나 감청보다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고 반박하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통신자료가 별거 맞다”는 설명에 덧붙여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 남용’ 관행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보면, 국정원과 군, 검·경찰 등 수사·정보기관이 지난해 수집한 통신자료는 1300만건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진짜 수사에 필요한 자료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들도 인정합니다.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수사의 기본기조차 못 지킨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설마 ‘과도한 통신자료 의존증=무능한 수사·정보기관 인증’을 인정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더 큰 문제는 통신자료가 사찰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검·경찰 등 수사기관은 “필요한 통신자료를 수사기록에 첨부한 뒤 나머지는 자동폐기한다” 정도의 설명(규정은 없대요)이라도 내놓는데, 국가정보원은 통신자료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무런 답을 안 해요. 통신자료를 쌓아두고 사람 사이 관계를 그리거나 전화번호를 축적한 뒤 활용하는 등 사찰 용도로 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죠.

방준호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방준호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자, 아직도 사실확인서 신청을 안 하셨다고요?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정보이고, 내 권리잖아요. 받고 나니 더 의아하다, 이런 이상한 제도 바꿔보자 두 주먹 불끈 쥐신 분들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의 공동대응 전자우편(infoprotect2016@gmail.com)이나 팩스(02-2635-1134)로 사실확인서를 보내주세요. 법적 대응과 사례 분석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을 합쳐야죠.

방준호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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