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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월호 청문회

등록 2016-03-30 19:41수정 2016-03-30 21:51

현장에서
“승객 안전관리담당은 내 일이 아니다. 담당자가 정해져 있으니 나까지 연락해 혼선을 빚지 않으려고 했다.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김재범 청해진해운 기획관리팀장의 답변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 상황을 보고받은 뒤, 김 팀장이 가장 먼저 한 조치는 배의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해 조선업체에 연락한 일이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김 팀장의 답변은 한결같이 ‘나는 회사에서 맡은 일은 충실히 했다’는 식이었다. 김 팀장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의 연락책으로 주목받은 이다.

“(물어본 적) 없다.”

장완익 특조위원이 “선장의 지시가 없어도 1등 항해사로서 어떻게 할지 질문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강원식 세월호 1등 항해사가 한 말이다. 장 위원이 “조타실에 그렇게 많은 선원들이 있었는데 이중 누구도 ‘승객들은 어떻게 하지’ 이런 말 한마디도 안 했다는 거죠?”라고 재차 묻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물류팀 부장은 인천항에서 가장 권력이 세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으니까….”

세월호의 하역작업을 맡은 우련통운의 이준수 현장팀장은 원청과 하청업체 간의 ‘갑을관계’를 말했다. 우련통운은 원청인 청해진해운의 하청업체로, 이 팀장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과적과 관련한 실무 담당자였다. 이 팀장은 국제선과 달리 ‘엉망’이었던 세월호 하역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문제 제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담당 공무원인 증인이 보지 않으면 대체 누가 확인합니까?”

김진 특조위원은 김영소·박성규 인천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장에 대한 질의 마지막에 ‘부탁하듯’ 물었다. 두 증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부임하기 전의 일이라 잘 모른다”, “제도가 미비했다” 는 이들의 답변에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가족들은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8~29일 이틀 동안 청문회장엔 당황스러움과 놀라움, 공포심 등이 공존했다. 승객보다 먼저 대피한 선원, 승객 생명을 담보로, 과적으로 연명해 온 청해진해운, 쉽게 증선·출항을 승인해준 한국선급과 항만청, 신고 접수 후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제주·진도 브이티에스(VTS) 관계자, 누구나 이해할 만한 가혹한 갑을관계 등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평범’한 ‘생활 속 관료주의’모습 그대로였다.

최우리 기자
최우리 기자
누구도 직접적인 살인행위를 하지 않았고, 참사를 원하지 않았다. 다만 판단하고 책임지지 않았다. ‘대형 참사가 나기 전 29번의 경고와 300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나오는 수많은 경고와 징후처럼, 우리 사회가 평범하고 잔잔하게 참사로 향해가고 있음이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음모론’에 가까운 의혹들이 쏟아졌던 이유가, 증인들이 보여준 ‘평범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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