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청문회 스케치
유족들 “선체 인양” 발언에 박수
주요 증인들 불출석에 한숨도
“기억 없다” 무성의 발언에 발끈
특조위원들 “권한 한계” 하소연
유족들 “선체 인양” 발언에 박수
주요 증인들 불출석에 한숨도
“기억 없다” 무성의 발언에 발끈
특조위원들 “권한 한계” 하소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가 열린 28일 오전, 청문회장인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푸른 수의를 입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강원식 1등 항해사를 비롯한 세월호 선원들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청문회장으로 입장하자 일제히 방청석은 술렁였다. 방청석에서는 “마스크 벗겨요” “말 좀 해라”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 수갑을 찬 손을 옷가지로 둘둘 말아 가린 채 교정요원들과 함께 증인석에 착석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은 “청문회의 원활한 진행과 증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겨달라”고 교정요원들에게 요청했고, 이들도 마스크를 벗었다.
■ 주요 증인 불출석에 유족들 한숨 이 위원장이 주요 증인으로 거론되던 박한결 3등 항해사와 박기호 기관장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알리자 방청석에서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주 박한결 3등 항해사는 ‘눈이 아프다’는 이유로, 박기호 기관장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특조위에 제출했다. 이석태 위원장이 이들이 수감된 교도소에 직접 찾아가 출석할 것을 설득했지만, 끝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기 조타수 역시 애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이 위원장의 설득으로 청문회에 참여해 증언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김영호 2등 항해사는 청문회장에 왔지만, 청문회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된 뒤 증인석에 출석하는 것을 거부했다가 마스크 착용을 허락받고 오전 10시45분께 증인석에 착석했다.
증인으로 나온 세월호 선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모르쇠’ 대답을 이어갔다. 1차 청문회 때 증인으로 나온 해경 지휘부가 적반하장식으로 답변한 것과 달랐다. 강원식 세월호 1등 항해사는, ‘급박한 상황이던 오전 9시15분에 3분14초라는 긴 시간 동안 선사 직원과 무슨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질문에 답변만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준석 선장은 “퇴선명령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가 방청석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 선장은 검찰 조사 당시 안 했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경위에 대해 묻자 “검찰 조사받을 때 한 20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반성하는 의미로 했던 행동을 안 했다고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 침몰 직전 경고음…증인 진술 엇갈려 증인들 간 진술이 엇갈리기도 했다. ‘참사 당시 배에서 경고음 소리를 들었느냐’는 부분에 대해 강원식 1등 항해사와 이준석 증인 등 선원들의 기억이 달랐다. 김서중 위원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엔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린다. 주요 선체가 아직 해저에 있어 배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가족들은 동의하는 듯 힘껏 박수쳤다.
무성의한 답변과 변명도 이어졌다. 장완익 특조위원이 “1등 항해사로서 역할이 무엇이었나”라고 질문했지만, 강원식 1등 항해사는 “1등 항해사였다”라고만 답했다. 장 위원의 재질문에도 “당직근무 서고 그렇다”라고 말했다. “퇴선 조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위원이 전파법 28조를 들어 “‘조난을 당한 선박이나 항공기를 구조하기 위해 가장 편리한 위치에 있는 무선국에 통보하는 등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어디에 연락하면 구조할 수 있는지 제대로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강상보 당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은 ‘사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가족들로부터 “너무한다, 너무해”라는 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증인으로 나온 강혜성 여객부 선원은 유가족을 향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가족 마음이 풀리지 않겠지만 일부분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가족들은 “진실을 말해달라”고 답했다.
■ 일반 시민도 새벽부터 청문회장에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 가족 100여명은 이날 오전 6시30분 경기도 안산의 분향소에 갔다가 전세버스를 타고 청문회장에 왔다. 2층 중앙에 앉은 가족들은 턱을 손으로 괴거나 얼굴을 찡그리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청문회를 지켜봤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특조위가 국회 사무처에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리도록 요구했지만 국회는 (이를) 거부했다”며 특조위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는 조사기관과 예산을 가지고 조사 자체를 위축시키려 들고 있다. 국회는 특조위가 요청한 특검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과 시민은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 5반 김민성군의 아버지 김홍열(49)씨는 청문회 도중 밖으로 나가버렸다. 김씨는 “답답해서 나왔다. 기억이 안 난다는 성의 없는 대답에 화가 났다. 증인들끼리 말을 맞춘 느낌도 지울 수 없다”며 “특조위가 고생한 것 잘 안다. 하지만 심증이 있어도 기소권, 수사권이 없는 한 특조위는 힘이 없다. 특조위 위원장이 장관급인데도 정부에서 특조위 활동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 자료 하나 제출 안 하지 않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우리가 청문회장에 나온다고 달라지는 게 없는 건 안다. 하지만 가족들이 나와 있어야 특조위도 힘이 난다고 생각했다. 내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참사 이후 다니던 시화공단의 직장을 그만뒀다.
이날 청문회는 오후 7시께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해경은 선원 탓을 했는데, 오늘 선원들은 해경 탓을 했다. 가장 앞서 탈출해서 선장이고 1등으로 탈출해 1등 항해사인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오늘 선원들의 증언이 엇갈렸는데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또 항적도와 녹취록 등을 누가 조작했는지 밝혀달라”고 특조위에 당부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를 보기 위해 오전 6시께부터 시민 30여명이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 가족과 함께 매일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팻말 시위를 하고 있는 김미숙(42)씨는 “청문회는 역사의 현장인데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유가족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허승 최우리 기자 raison@hani.co.kr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석 선장이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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