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품위 손상”…동료·학생들 반발
건국대가 학교법인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는 이유로 원로교수를 해임했다. 동료 교수들과 함께 낸 2년 전 성명을 이유로 해임한 것을 두고 학교가 보복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건국대와 해임된 안아무개(61)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학은 지난 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 안 교수를 해임했다. 사유는 안 교수가 2014년 6월 건국대 원로교수모임 65명이 낸 성명서에 이름을 올려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학교가 문제삼은 성명서는 김경희 이사장의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안 교수를 비롯한 교수들은 이 성명서에서 당시 김 이사장의 비리를 문제제기했다가 해임된 장영백 전 교수협의회 회장과 김진석 동문교수협의회장의 복직을 요구했으며, 또 논문 표절 논란이 있었던 송희영 건국대 총장의 사퇴를 주장했었다. 같은 해 1월 교육부는 김 이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안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람이 쓴 성명서를 상경대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면서 동참할 사람은 답장을 해달라는 것에 불과했는데 해임까지 당했다”며 “30년 이상 봉직한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황당하다. 학교가 2년이나 지난 일을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의 해임조처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보복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평도 좋고 학교를 위해 헌신한 교수를 학교가 느닷없이 징계했다”며 “보복성 징계”라고 말했다. 응용통계학과 학생들은 지난 14~16일 안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해 이날까지 8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4일에는 이 대학 총동문회가 안 교수의 해임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안 교수는 2013년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토대로 학교에서 뽑은 ‘베스트 티처’에 선정된 바 있다.
박태우 최우리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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