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충북 청주시 모충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수진(왼쪽)씨와 지우씨가 “선생님들께서 실망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복습해서 이번 시험을 잘 보겠다”며, 안철호 선생님에게 “사랑해요”라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교사 퇴임 뒤도 수학 봉사 안철호씨
“중심각은 항상 원주각의 두 배지.” “아 맞다, 맞아요. 하하하 그럼 정답은….”
39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지난해 봄에 청주 서원고에서 퇴임한 안철호(63)씨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 좋아” 계속 마땅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청주가경노인복지관의 ‘키다리아저씨’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어르신이 결혼이민자와 ‘학습짝꿍’을 맺고 매주 한 번씩 공부를 도와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뜻 참여해 베트남에서 온 지우(32)씨와 수진(23)씨의 수학 공부를 돌봐주기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째다.
지우씨와 수진씨는 다음달 치러지는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일곱살과 다섯살 두 딸의 엄마인 지우씨는 안씨가 도와주고 있는 수학 공부가 자신의 검정고시 준비뿐 아니라 아이들 숙제를 봐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되어 좋다고 말한다.
한국에 온 두 베트남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치르는 이유는 비슷하다. 첫째는 아이들을 위해, 둘째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이 나라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란다. 물론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나면 좋은 직장을 갖고 싶은 꿈도 있다. 가장 어려운 과목이 무엇이냐고 묻자 지우씨는 “다 어려워요. 한국 수학은 베트남과 수준이 비슷해서 다 배운 것이지만, 한국어로 된 지문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힘들어요. 특히 국사는 정말 어려워요. 지난번 꿈에는 고구려왕, 백제왕, 가야왕이 나타날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안씨는 키다리아저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에 대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돕는다는 입장으로 왔는데 그게 아니라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다 같은 사회 구성원이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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