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첫 승’에 누리꾼들 패러디 봇물
이세돌(33) 9단이 ‘3전4기’ 끝에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승리를 거두자 누리꾼들은 각종 패러디를 쏟아내며 함께 기뻐했다.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이날도 패배 위기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결정적인 한 수를 78번 수에 둬 알파고의 실책을 이끌어냈다. 이후 이 9단이 180수를 두자 알파고는 ‘알파고는 포기하겠습니다(AlphaGo resigns)’라는 팝업창 메시지를 띄웠다.
누리꾼들은 이 9단의 승리에 환호하며 각종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가장 많이 올라온 패러디는 이 9단이 인공지능을 이겼기 때문에 앞으로 기계들의 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오늘자 이세돌 퇴근길’이라는 제목의 사진에는 이 9단이 승용차에 타고 있고, 기계들이 이 차를 부수며 이 9단을 습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세돌을 찾는 구글 직원’이라는 제목의 패러디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미래의 인간 지도자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왔던 기계 인간 ‘T-1000’이 등장해 이 9단의 사진을 들고 이 9단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장면이다.
이 9단이 살짝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을 영화 포스터로 만든 패러디도 있었다. 이 9단이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고 있는 모습에 ‘최고의 기계와 神의 놀음판 - 제78수’라는 제목을 입혔다.
알파고와 이 9단의 효율성을 비교한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알파고와 이 9단이 대국을 하면서 이 9단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올려두고 “알파고 - 1202 CPUs, 176 GPUs, 100+ Scientists”, “이세돌 - 1 Human Brain, 1 Coffee”라고 썼다. 알파고는 대국을 위해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 1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필요하지만, 이 9단은 한 명의 뇌와 한 잔의 커피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알파고가 패배를 인정하면서 던진 ‘AlphaGo resigns’라는 메시지에서 ‘resign’이라는 영어 단어도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임하다, 물러나다, 그만두다, 포기하다’ 등의 뜻을 담고 있는 이 단어는 13일 오후부터 14일 오전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꾸준히 오르내렸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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