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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영장없이 개인정보 넘겨준 네이버 배상 책임 없다”

등록 2016-03-10 11:38수정 2016-03-10 13:26

네이버 시작페이지.
네이버 시작페이지.
“사업자가 수사 사안 심사할 의무 없다” 판단
박경신 교수 “표현의 자유 억압받을 것” 우려
인터넷 포털 업체가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넘겨줬더라도 회원에게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차경윤(36)씨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인정보 제공으로 인한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네이버가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제공 여부를 심사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은 네이버가 전기통신기본법에 규정된 통신비밀 보호 전담기구를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어느 범위까지 할지 결정했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심사 의무를 인정하면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의 책임을 사인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며 “오히려 포털 업체가 개별 사안을 심사할 경우 혐의사실 누설이나 별도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전기통신사업법(제54조 제3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할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자료 제공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가 있는지와, 해당 이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내놓은 첫 판단이다.

차씨는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씨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유 장관은 동영상을 올린 사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네이버에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를 보내 차씨의 이름과 네이버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네이버 가입일자 등의 자료를 넘겨받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나 형 집행 등을 위한 자료 열람·제출을 요청받으면 응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차씨는 “회사 쪽이 자료제공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고,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규정한 네이버 서비스 이용약관을 어겼다”며 엔에이치엔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네이버의 개인정보보호 의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 법령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개인정보가 영장에 의해 제공되는 게 원칙이라며 엔에이치엔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네이버가 보유한 차씨의 개인정보에도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며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는 전담기구를 운영하면서도 아무런 검토 없이 법적으로 제공 대상도 아닌 이메일 주소까지 제공했다”며 “개인정보를 급박하게 제공해야 할 특별한 사정은 없어 보이고 차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내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2012년 10월 2심 판결 이후 포털 업체들은 영장제시 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는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계속 응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보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제출받은 통신자료는 2012년 787만여건, 2013년 957만여건, 2014년 1천296만여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차씨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소속된 카페에 가볍게 글을 공유하는 행위 하나하나를 스스로 검열하게 하는 사회가 과연 성숙한 사회냐”고 판결을 비판했다. “이런 사회에서 활발한 정치적 토론이 가능하겠냐”고도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익명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내밀한 생각을 담은 글을 올렸는데 신원이 밝혀질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는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포털 업체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수사기관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여오다가 2012년 판결로 중단했는데, (시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다시 개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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