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오른쪽)의 대국이 진행되고 있다. 2016.3.9 연합뉴스/구글 제공
인류를 대표한 바둑기사가 인공지능(AI)에 패했다.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한국 최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알파고에 불계패했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챔피언이자 중국 프로기사인 판후이 2단과의 다섯차례 대국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알파고는 450만판의 기보를 익혔다는 데이터를 토대로 바둑을 두고 있다. 경우의 수를 줄여가는 ‘정교한 수읽기’가 강점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대국에서 초반 포석 단계에서부터 이 9단은 경기를 변칙적으로 끌고가는 등 ‘알파고 흔들기’에 나서며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알파고는 이 9단이 걸어온 싸움을 전혀 피하지 않고 매 전투에 흔들림 없이 응수해 눈길을 끌었다.
승패의 향방을 가르는 듯 보였던 전환점은 약 100여수가 진행된 오후 3시30분께 나왔다. 알파고가 수읽기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악수’를 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9단이 승기를 잡은 듯 보였다. 해설자로 나선 김성룡 9단과 유창혁 9단은 “프로기사라면 할 수 없는 실수”라며 알파고의 ‘악수’에 대해 혹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미세하게 진행됐다. 이때까지도 ‘이 9단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알파고의 정확한 계산 아래 진행된 대국은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한 상태로 계속 이어졌다. 현장 해설가들은 “알파고가 프로의 눈으로는 많은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둔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유창혁 9단 역시 이해가 어렵다는 듯 “프로기사 수준을 보이던 알파고에게 기복이 있다”면서도 “잦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초반 이 9단에게 유리하지 않았던 결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알파고의 진가는 마무리 국면으로 치닫을수록 더욱 드러났다. 정교한 계산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한 치의 오차 없이 맥을 짚어갔다. 미세한 듯 보이던 대국은 끝내기 단계에 접어들어서야 이 9단의 패색이 짙어졌음이 드러났다. 이 9단은 거침없이 추격에 몰두해 승부를 뒤집고자 했지만 집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결국 7.5집 ‘덤’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이 9단은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경기를 마친 이 9단은 “초반 불리함이 계속 이어진 것 같다”고 총평했다.
5차례 대국 중 두번째 대결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국에서 이 9단이 넘지 못한 ‘덤’은 백을 쥔 기사에게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한다.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제한시간 두 시간을 갖게 되고 두 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