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2~3살(추정) 남자아이를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했다. 원심은 이 남아를 제외한 8명만을 희생자로 인정하고 이들의 유족에게 9억원가량의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국군의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 조아무개군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관련자들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조군 등 11명이 1949~1951년 사이 경남 산청군에서 부역 혐의로 경찰·군인들에게 희생당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1심은 이 가운데 2명을 제외한 9명이 이 사건 희생자임을 인정하고 모두 9억2298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이 두 사람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군이나 경찰에게 희생당한 장면이나 현장을 확인한 바 없고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증언했다.
2심은 9명 중에서 추가로 조군을 제외해 8명만 이 사건 희생자로 인정하고 인용금액을 2000만원가량 줄여 모두 9억307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조서엔 조군의 사망 당시 나이가 3세로 되어 있으나 다른 참고인의 진술서에는 2세가량으로 되어 있다. 다른 참고인의 진술서에는 조군에 관한 진술이 없다. 또 족보 어디에도 조군에 관한 기재를 찾아 볼 수 없다”면서 조군을 희생자로 인정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군이 희생자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조군이 출생한 직후에 한국전쟁이 발발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사망해 출생신고나 족보에 등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망 당시 만 1세를 넘긴 지 오래된 무렵이라 제3자에겐 2세나 3세로 보였을 것이므로, 관련자들이 조군의 사망 당시 나이를 달리 진술한다고 하더라도 조군의 희생사실이 거짓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웃 주민들이 “조군을 포함해 같이 사망한 가족 등 3명의 시신을 수습해 선산에 모셨다”고 증언한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