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기도교육청 페이스북에는 ‘재미로 보는 새 학기 자리배치도’라는 그림이 올라왔다. 교실 안 40개 자리에는 각각 그 자리에 앉는 학생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설명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창문 옆자리 학생들에겐 ‘창밖 구경’ ‘음악 들음’ ‘낙서쟁이’ 등이, 가장 뒷줄에 앉은 학생들에겐 ‘운동부’ ‘키 큰 애’ ‘만화책 봄’ 등 같은 그럴듯한 설명이 붙었다.
2만4천명 이상이 구독하는 이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퍼진 이 그림을 보며, 누리꾼들은 저마다의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을 희화화했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꼽사리’ ‘힘없는 애’ ‘3인자’ ‘어리버리’ ‘평범함’ 등의 표현은 교육 현실을 빗댄 것이라지만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런 부적절한 단어 사용을 지적하며 “이 내용 게시자가 교육청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는 댓글을 적었다. 자리 배치도 그림을 본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학생들 이미지를 그대로 적용한 걸로 보이는데 교육청이 앞장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반응에 대해 “재미로 올렸을 뿐 일부 학생을 희화화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대현 대변인은 “외부 업체에서 만든 콘텐츠를 뉴미디어팀에서 검토 후 내보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제작한 콘텐츠인데, 특정 단어 선택의 문제 등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