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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살위장’ 수년간 도피생활 ‘마약 밀수범’ 결국 엄벌

등록 2016-02-29 08:10수정 2016-02-29 10:20

지난해 5월 마약 6.1kg 밀수하다 체포
과거 나머지 혐의 인정 징역 9년6개월
대법 “필로폰 압수 적법…증거능력 인정”

중국으로 밀입국했다가 한국으로 강제 추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위장하는 등 수차례 법망을 피해온 마약 밀수범이 결국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됐다. 검찰이 필로폰 밀수범에게서 필로폰을 압수한 뒤 영장을 받지 않아 1, 2심에서 필로폰 밀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사건을 대법원이 뒤집는 등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과 출입국관리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아무개(48)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서울고법에 돌려보낸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2011년7월 필로폰을 밀수하고 투약한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서울중앙지검에서 같은 죄로 수사를 받게되자 그 다음달 중국으로 도피했다. 2007년과 2010년 필로폰 밀수로 이미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7월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범죄 행각이 드러나면 엄한 처벌이 받을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중국에서 2년간 숨어지내던 중, 또 마약 투약으로 적발돼 강제추방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2013년 10월 중국 단둥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배에 탄 뒤, 신발과 안경을 벗어두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것처럼 꾸민 뒤 다시 중국으로 밀입국했다. 인천에는 그를 체포하기 위한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다시 불법체류하는 상황이 되자, 이씨는 국내로 밀입국해 자신과 닮은 사람의 여권을 구해 다시 중국으로 출국하기로 계획했다. 아예 신분을 세탁하려 한 것이다. 마침 대구 지역의 필로폰 밀수 조직인 윤주종파로부터 필로폰 6.1㎏을 밀수하면 9천여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015년 5월29일 밤 11시, 이씨는 중국 위해시에서 밀입국 브로커와 선원에게 2천만원을 주고 거제로 가는 바지선에 탔다. 필로폰을 허리와 허벅지 등에 테이프로 붙인 뒤 헐렁한 옷을 입은 채였다. 이틀 뒤 거제 고현항 부근까지 온 이씨는 접안선에 옮겨타 밀입국하려 했다. 하지만 미리 필로폰 밀수 첩보를 입수하고 기다리던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사후 48시간 이내에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체포 당시 1, 2심은 필로폰이 위법하게 압수됐다며 필로폰 밀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스로 필로폰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숨어 있던 장소에서 발견된 것도 아니므로 임의 제출받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1년 두차례에 걸쳐 필로폰 200g를 밀수입하고,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만 인정해 징역 9년6개월 및 추징금 337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필로폰 압수가 적법하다고 봤다. 검찰수사관이 피고인을 발견한 뒤 다른 수사관이 필로폰을 발견한 시차가 크지 않았고, 피고인이 발견된 장소 근처에서 필로폰이 발견되어 그를 필로폰 밀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 적법했다는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피고인도 같은 범행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필로폰을 임의제출할 경우 압수돼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 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의 제출 형식의 압수도 적법했다고 봤다. 대법원이 필로폰 밀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이씨의 형량은 상당히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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