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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그래도 공장 씽씽”

등록 2016-02-24 10:42수정 2016-04-07 08:59

22일 경기도 시흥시 은행로 엠코리아 공장에서 신윤정 대표이사(뒷줄 왼쪽 둘째)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2일 경기도 시흥시 은행로 엠코리아 공장에서 신윤정 대표이사(뒷줄 왼쪽 둘째)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5> 고령자친화기업 운영 신윤정씨
자동차의 내부 바닥에 까는 카매트를 생산하는 ㈜엠코리아 시흥공장에는 일반적인 제조업 공장에 비해서 고령자가 많이 근무하는 편이다. 전체 직원이 17명인데 그중 14명이 60살 이상이다. 대표이사 신윤정(61)씨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2일 경기도 시흥시 시흥공장에서 만난 신 대표는 “언젠가부터 언론매체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식들이 나이 든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연로한 부모들이 자식들과 떨어져 살려는 것이 반드시 자식 세대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시집온) 며느리가 남편의 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 않으냐. 양로원(요양시설)을 보면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서 못마땅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고령자를 많이 고용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무상으로 운영하는 양로원을 만들고 싶다. 그 첫 단계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직원 17명 중 14명이 60살 넘어
일부러 노인 많은 곳에 공장 지어
나이 든 부모 모시듯

툭하면 그만두는 젊은이들과 달리
사생활 안정돼 이직률 낮고
척하면 회사가 뭣이 필요한지 알아

올 안 고성에 직원 휴양 연수원
텃밭에 블루베리 등 심고
무상 양로시설로 확대 장기계획도

“노인들 돈벌이 수단 삼는 것 못마땅”

엠코리아 시흥공장  직원 최효율(왼쪽)씨와 박윤자씨가 작업장에서 카매트에 박음질을 하고 있다.
엠코리아 시흥공장 직원 최효율(왼쪽)씨와 박윤자씨가 작업장에서 카매트에 박음질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2014년 8월에 시흥 은행로에 공장을 만들었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공장을 만들어야 노인을 모집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출퇴근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다. 2015년 상반기엔 직원 수가 20명이 넘었는데 그 뒤 경기가 좋지 않아 지금의 규모로 줄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동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묻자 신 대표는 “체력으로 보자면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공장에선 그렇게 힘을 쓰는 업무가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 조금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한다. 일부러 체력과 상관이 없는 공정에 고령자분들을 배치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자들은 이직률이 낮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3개월을 채 못 넘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은 곧잘 떠난다. 우리 공장의 고령자들은 3개월을 넘기고 나면 안정적이 되어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 다들 사회경험이 있는 분이다 보니 탄력적으로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쉽게 이해가 되었다. 몇 달만 근무하고 나면 고령자들은 회사가 뭘 필요로 하는지 척 보면 알게 돼 자진해 협조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과 달리 사생활도 안정돼 있어서 ‘느닷없이’ 결근하는 법이 없어서 좋다. 물론 쉴 때는 쉬지만, 미리 집안의 대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쉴 날짜를 알려주기 때문에 공장 운영에 무리가 없게 조정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다들 가정에선 어르신들이다. 그러니 자식들 관련해서 여러 일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늘만 해도 두 분이 졸업식에 간다고 해서 쉬셨다. 물론 한참 전에 미리 이야기해주신 일정들이니 라인에 차질이 없다”고 했다.

신 대표와 함께 공장을 둘러보았다. 프레스로 매트를 찍어내고 재봉틀로 가장자리에 박음질을 하고 조립한 뒤 포장해 출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반딧불 카매트’는 국내 최초의 이중 벌집구조형으로, 상판과 하판으로 되어 있어 조립 과정이 필요하다. 재봉틀에 앉아 있는 이용숙(70)씨는 “힘들지 않아요. 두 달간 재봉을 배웠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편하고 좋아요”라며 여러 곡선이 들어 있는 매트를 능숙하게 손질해냈다.

“돈 많이 번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

대부분 고령인 만큼 다들 경력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이 점에 대해 신 대표는 “처음에 이력서를 받을 때 전직 경력을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로 즐겁게 일하자는 것이 나의 모토다. 이력서엔 나이와 활동 가능 여부만 쓰게 했다. 젊었을 때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서로 옛날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명의 젊은 사람이 고령자들과 함께 잘 어울리나 보다 했는데, 그 ‘젊은 사람’도 50대였다.

신 대표는 오는 3월에 강원도 고성에 연수원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공사가 끝나면 내년부터는 그곳을 회사 직원들의 휴양시설로 쓸 생각이다. 2천평가량의 부지를 확보했는데 건물 자리를 뺀 대부분의 땅은 텃밭으로 가꿔서 블루베리 등을 심으려고 한다. 의지할 데 없는 고령자들에게 무상으로 양로시설을 제공한다는 장기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직장에 다니다 창업을 했다. 고무 공장, 유통, 섬유사업 등을 했는데 잘나갈 땐 4개 업체까지 운영했다. 아이엠에프(IMF) 때 부도가 났는데 다시 일어섰다. 은행 빚을 말끔하게 다 갚고 현재 공장을 2개까지 살려냈다. 죽을 때 돈 많이 번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고용할 생각이다. 이런 말을 내가 해서 좀 그렇지만 뿌듯하다. 무엇보다 60살 이상 된 분들로도 아무 탈 없이 공장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간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흥/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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