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윤(사진 오른쪽)씨. 사진 동국대 제공
동국대 고 이병진씨에 학위
‘인민군’ 누명, 억울한 죽음
‘인민군’ 누명, 억울한 죽음
“그저 감개무량하지요.” 이병윤(94)씨는 69년 만에 동생 고 이병진씨의 대학 졸업장을 대신 받았다. 동생은 동국대 정치학과를 다니다 한국전쟁이 나던 첫해, 북한 의용군에 징집당한 게 빌미가 되어 목숨을 잃었다.
동국대는 18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1947년 이 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한 이병진씨의 학적을 복원하고 명예 정치학사 학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북한 의용군에 징집됐다가 같은 해 서울 수복 뒤 서울로 돌아왔지만 “인민군에 복무했다”는 다른 학생의 고발로 연행돼 고문을 받다 목숨을 잃었다.
형 이병윤씨는 66년 전의 이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가족은 모두들 경남 하동에 있고 동생 혼자 서울에 있다가 변을 당했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큰형님이 장충단공원에서 동생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을 하셨죠. 홀어머니는 동생을 생각하며 평생 마음고생 하셨고요.”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실 규명을 통해 이씨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결정했다. 유가족은 이 결정과 함께 주어진 배상금 6000만원을 동국대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병윤씨는 “돈은 받았지만 저희한테 주는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 서울에서 혼자 박대받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동생이 다녔던 학교에 전달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병윤씨는 학위수여식에서 “병진이의 꿈을 후배들이 크게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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