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예측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시설공단 제공
지체장애인 김은숙(46·서울 성북구)씨는 10여년 전부터 출퇴근할 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다. 자동응답전화(ARS)에 신청이 몰리면 배차부터 도착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스마트폰 앱이 나오면서 자동으로 배차가 이뤄지고 차량 정보와 위치, 도착 예정시간도 안내받을 수 있게 돼 출퇴근길이 편해졌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서울시설공단이 4년 동안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며 축적한 3억2천만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11월 대기시간 예측 서비스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전역을 100m 반경 2만4천여개로 구분해 요일·시간대·승차거리별 통계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결과를 이동통신업체가 보유한 실시간 교통정보와 연관 분석해 대기시간을 추정할 수 있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 7월 신청자한테 맞는 차량 유무와 접수·대기 순서 등을 종합 분석해 자동으로 차량을 연결해주는 자동배차 시스템도 시작했다. 이후 대기시간이 기존 상담원이 직접 차량을 배차할 때 걸리던 27.4분보다 3분가량 단축되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이용해 운전 인력과 근무시간도 재배치했다. 김선영 서울시설공단 이동지원센터장은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배정된 차량이 어디쯤 왔는지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선택과 움직임의 자료를 모아 대중의 행동패턴을 예측하는 빅데이터 기술로 장애인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있다.
장애인용 셔틀버스의 최적 노선을 산출하는 데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장애인과 어르신이 무료로 이용하는 셔틀버스 21대를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용자 80% 이상이 어르신이었고, 장애인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는 신용카드사가 장애인에게 발급하는 복지카드가 결제된 가맹점 데이터를 분석해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곳을 중심으로 노선과 정류장을 바꾸면 장애인들의 이용률도 올라갈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시는 한 신용카드사와 ‘민관 빅데이터 협의체’를 꾸려 장애인 유동인구와 셔틀버스 운행 정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께 운행노선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상이 서울시 빅데이터기획팀장은 “각 자치구가 지역별 장애인의 유형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운행노선을 정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 공사에는 이동통신사의 통화정보가 활용되고 있다. 2018년까지 점자 보도블록을 모두 수선하기로 한 서울시는 올해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이 다니는 보도블록 53.4㎞를 우선 공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전화기의 통화정보만 따로 분석해 통화가 자주 발생한 기지국 주변 지역을 정비가 시급한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모든 빅데이터가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남산 1, 3호 터널 요금소에 ‘혼잡통행료 면제차량 자동확인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던 서울시설공단은 2주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카메라가 차량번호판을 인식해 미리 구축해둔 장애인 등록차량 데이터와 대조해 통행료 면제 여부가 자동으로 확인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장애인 등록차량이 요금을 부과받고 항의하는 사례가 많았다. 서울시설공단이 구축한 장애인 등록차량 데이터가 새 등록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설공단은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차량 등록정보와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상이자 자동차 등록정보를 넘겨받아 128만여대의 장애인 등록차량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각 군·구청이 보고한 등록정보를 취합해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정보를 넘겨받은 서울시설공단도 다른 기관의 정보와 대조해 중복자료와 오류를 걸러내느라 또 시간 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영은 서울시설공단 대리는 “장애인 등록차량 데이터를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녹화된 영상으로 장애인 표지판까지 일일이 확인해 장애인 차량을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