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법원
대법원, 집유 1년 확정…울산대 “해당교수 당연퇴직”
학생들에게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게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된 대학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59) 울산대 교수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교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고전작품독서교육론’ 등 자신의 수업에서 수강생 131명에게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게 하고 감상문을 제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세기와 더불어>와 함께 인민군 군의관의 한국전쟁 참전 수기 <벙어리새>,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하나를 선택해 감상문을 제출하는 과제를 내줬다. 하지만 다른 책은 직접 사야 하는 반면, <세기와 더불어>는 파일로 제공해줬다. 또 학생들 사이에선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김일성을 찬양하는 쪽으로 감상문을 써야 학점을 잘 준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 많은 학생들이 <세기와 더불어>를 선택했다. 실제로 한 수강생이 제출한 감상문을 보면 “회고록을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은 김일성 장군님의 참된 인간미였고, 두번째는 가려지지 않는 민족애였으며, 마지막은 진실된 문장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 교수는 범민련 관계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남한 정부를 “미국의 총독부”라고 부르며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다고 표현하고, 북한의 선군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을 써보내고 여러 권의 북한 서적과 파일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교수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교수는 학문과 강의의 자유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의 시간에 <김일성 회고록>을 감상문 과제로 제출한 것은 학술적 의견교환의 목적이 아니라 김일성 개인과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이 교수가 북한 서적들을 소지한 부분에 대해서 논문 집필 등 학문연구를 위해 수집했을 가능성을 인정해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학문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 수년간 지속적으로 다수의 대학생들에게 이적표현물인 김일성 회고록을 전파하고 김일성의 업적과 북한의 체제를 미화·찬양하는 내용의 강의를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다만, 수강 학생들이 피고인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추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울산대는 2012년 8월 이 교수를 직위해제했으나 2달 뒤 법원에선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순 없다”며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뒤 이 교수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해왔다. 울산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립학교법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당연퇴직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이 교수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이 교수와 연락이 닿는 대로 당연퇴직 사실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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