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학교가 들어선다는 광고와 달리 학교 설립이 지연됐어도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경기지역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 등 147명이 분양업체 ㅎ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ㅎ사는 2008년 분양안내 책자에 ‘초등학교·중학교·유치원이 바로 단지 옆에 위치하며 지구 내 초·중·고교 신설 예정으로 풍부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했다. 책자 내 도면과 모델하우스의 아파트 모형에도 학교를 표시했다.
관할 교육청은 실제로 학교 설립을 위해 2004년 택지개발계획 때부터 부지를 확보해뒀다. 분양광고를 낼 즈음 교육청은 ‘예산 확보와 학생수용계획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학교 설립이 지연 또는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분양업체에 보냈다. 이런 내용은 입주자모집공고에 실렸다.
2010년 7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초·중등학교 부지는 나대지 상태로 남았다. 주변 주택가 입주가 저조하고 취학연령 자녀가 줄면서 학교 설립이 계속 미뤄졌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기다리다 못해 2013년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1인당 50만∼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양업체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기 전에 교육청으로부터 ‘계획이 변경돼 학생들을 기존의 학교들에서 수용해야 하고, 신설 학교 설립 여부는 재검토 대상’이란 통보를 받았다는 점을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어 “택지개발지구의 신설 학교는 전입 학생 수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설립되는 게 통상적”이라며 “학교 부지는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교육청의 일관된 입장 등을 볼 때 설립 가능성이 현저히 불투명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인근 고속도로 등 교통입지에 대한 광고와 달리 학교는 설립시기를 적지 않은 점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객관적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부풀려 학교 설립계획을 잘못 알게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다”라며 분양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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