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회견 뜯어보니
“시위 국가에 이로워…국민생각 파악
집회자유 기본권에 불법 딱지 안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국제법 위배”
키아이 보고관, 권고 이행 거듭 촉구
“시위 국가에 이로워…국민생각 파악
집회자유 기본권에 불법 딱지 안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국제법 위배”
키아이 보고관, 권고 이행 거듭 촉구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지적한 내용은) 그동안 여러차례 권고를 통해서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제는 정부에서 이런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할 때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 29일 한국의 집회 관련 실태를 조사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권고를 이행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인권의식이 국제 기준에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번 회견에서 “(집회)시위는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변모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노조 쇠파이프가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불이 넘었을 것”이라는 지난해 9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과 상반되는 얘기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현재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시위가 국가에 이롭다”며 “국회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사소한 불법 행위(자)도 적극적으로 검거해 준법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키아이 특별보고관 기자회견 이틀 뒤인 31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경찰지휘부 워크숍에서 한 이러한 발언은 경찰이 국제사회의 지적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기자회견에서 “국제법은 합법 집회가 아니라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유엔 차원에서 수차례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합법·적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허가제가 되고, 누구나 향유해야 할 권리가 하나의 특권이 된다. 인권의 본질은 정부나 그 누구의 허가 없이도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해 “복면 시위는 못하게 해야 한다. 이슬람국가(IS)도 얼굴을 감추고서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이튿날 새누리당은 ‘복면금지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기 때문에 복면을 착용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단순 참가자를 일관되게 처벌하는 관행이 있다면 복면을 착용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관건은 정부가 단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전교조를 ‘법외 노조화’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인권을 제약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교사도 공무원이다. 현행법에 따라 현직 교원만 노조 가입 대상”이라며 전교조가 현행법에 따라 규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런 식의 법 해석은 국제규범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에 관한 일반 논평 31호는 법원이나 행정부처는 최대한 포괄적으로 법 조항을 해석해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결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승 방준호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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