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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고·취업규칙 손본 정부, 단협까지 옥죈다

등록 2016-01-28 01:29수정 2016-01-28 09:45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사직동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정부지침 분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서 ‘노동탄압’, ‘행정지침’, ‘노동법 개악’ 등이 적힌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수도권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사직동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정부지침 분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서 ‘노동탄압’, ‘행정지침’, ‘노동법 개악’ 등이 적힌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수도권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노조의 ‘인사·경영권 관여’ 조항
고용부, 삭제하도록 내부지침
상반기 내 반영토록 지도 계획
‘집단적 구조조정·전환배치 때
노조 동의 필요’ 항목 등 대상
“노사 자치 개입해 무력화 시도”
정부가 기업과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맺을 때 기업의 인사·경영권에 노조가 관여하는 조항을 두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상반기 중 만들어 노사 협상 때 지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전환배치·인사위원회 구성 등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까지 노조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여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지침 시행에 이어 전반적인 노동보호장치를 약화시키려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용부는 단체협약 내용 가운데 조합원 가족의 고용세습이나 노조의 유일교섭단체 인정 조항 등 위법한 조항을 비롯해 노조가 회사의 ‘인사·경영권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조항들을 노사 교섭 때 고치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의 인사·경영권 관여는 기업이 경영에 필요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전국에서 노조가 결성된 100명 이상 사업장 2700곳의 단협을 수집해 이미 분석작업을 마쳤다”며 “이를 유형별로 분석한 자료를 일선 근로감독관한테 전달해 노사가 올해 임단협 교섭할 때 반영토록 현장지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다른 관계자는 “행정지침으로 할지 (근로감독관이 노사 교섭 때 참고로 삼는) ‘지도방향’의 형태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올해 노사 단체협상 때 일선 근로감독관이 관련 규정을 반영한 지도·감독에 나서려면 규정 배포가 너무 늦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상반기 중에는 공개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행정지침과 지도방향은 행정부가 내부 행정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법적 규범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고용부가 문제삼는 ‘단협상 노조의 과도한 인사·경영권 관여’ 부분이다. 조합원의 가족 등을 특별채용하는 고용세습 문제는 고용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 위반 소지가 크고, 사업장 안에서 특정 노조만 유일 교섭단체로 인정하는 단협 조항도 복수노조를 인정하는 노동조합법에 저촉된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불법적 조항 외에 노조의 인사·경영권 관여는 그 자체로 법 위반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행정지도에 나서겠다는 부분은 노동계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고용부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대목은 사실상 노동자에게 중요한 노동조건의 결정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고용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매출액 상위 30대 대기업 단체협약 실태분석’ 자료에서, 조합원을 다른 지역 공장으로 보내는 등 전환배치하거나 노조 간부를 인사 낼 때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을 문제라고 지목했다.

또 단협에서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등 기업이 집단적 구조조정을 할 때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도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봤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때 노조와 (합의가 아닌)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내부 특정 직무나 부서를 외주화할 때 노조와 합의하겠다고 한 단협도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꼽혔다. 고용부는 관련 조항을 하나라도 단협에 담은 사업장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많은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과도한 단협 조항들이 기업의 발빠른 대응을 방해해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법·불합리한 단협 개선 지도’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고용부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는 이번 대책을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다 노사정 합의에 걸림돌이 될 것을 의식해 유보해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취업규칙) 시행에 이어 노사 자치영역인 단체협약마저 개입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그 자체로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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