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강풍으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던 25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승객들이 한 교회가 준비한 주먹밥과 된장국을 받고 있다. 제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공항공사 부적절 대응 논란
저가항공사는 선착순 탑승
장시간 대기로 북새통 가중
저가항공사는 선착순 탑승
장시간 대기로 북새통 가중
제주공항 운항 중단 사태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의 부적절한 대응이 승객들의 고통과 혼란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23일 오후 제주공항이 폐쇄된 뒤 열린 제주도와의 대책회의에서 “승객들에게 빵과 생수를 공급하겠다”는 제주도의 제안에 대해 “오후 10시 이후 공항 내 편의시설이 문을 닫은 뒤 나눠주자”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를 “밤 10시 이전에 승객들에게 빵과 음료를 나눠주면 공항 내 매점과 식당의 영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결국 준비된 빵과 물은 밤 9시 전후에 승객들에게 전달됐다.
공항공사는 또 “승객들이 편하게 쉬거나 잘 수 있게 스티로폼을 공급하겠다”는 제주도의 제안에 대해서도 “스티로폼이 부서져 안전이나 청소 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제주도가 준비한 스티로폼은 이날 밤 승객들에게 배포됐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빵과 물을 밤 10시 이후에 나눠주려 한 것은 매점과 식당이 문을 닫은 뒤에 승객들이 음식물을 더 필요로 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스티로폼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그보다 나은 매트를 쓰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미숙한 대응은 승객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25일 제주공항의 운항이 재개된 뒤에도 승객들에게 탑승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저비용 항공사들은 줄을 세워 대기표를 나눠주고 그 순서대로 탑승권을 배정했다. 이로 인해 25일 오전 2천명 정도였던 공항 안 승객이 오후엔 1만여명에 이르러 공항이 미어터질 지경이 됐다. 20일 제주항공을 타고 왔다가 23일 대구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김아무개(27)씨는 이날 오전 제주공항에서 “저비용 항공사들은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이 재개된 뒤 승객들에게 예약 순서대로 임시편 탑승 정보를 문자로 보냈다. 승객들이 공항에 나와서 줄을 서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한 저비용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가 부족하고, 특히 대형 기종이 없어서 임시편 투입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국토교통부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은 “이번 사태에서 공항공사나 저비용 항공사의 문제점이 일부 나타났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토부와 항공사들은 점검 회의를 열어 23일 낮 5시45분부터 25일 낮 12시까지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이 모두 6만9천여명이었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6만7천여명이 25일 낮 3시부터 27일 새벽 2시까지 제주를 빠져나왔다.
세종 제주/김규원 허호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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