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에 이어 오뚜기와 야쿠르트도 라면값을 담합한 혐의를 벗고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농심·삼양·오뚜기·야쿠르트 등 라면제조 업체에 라면값을 담합한 혐의로 천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대법원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오뚜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오뚜기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62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한국야쿠르트의 손을 들어주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은 지난 12월말에도 농심에게 부과된 1080억원가량의 과징금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는,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삼양식품엔 116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지만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2012년 공정위는 2000~2010년 농심·삼양·오뚜기·한국야쿠르트가 6차례에 걸쳐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는 담합 행위를 했다며, 오뚜기에 97억여원 등 4개 라면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가격인상 때마다 농심이 가격 인상안을 만들어 이를 다른 회사들과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서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원심인 서울고법에선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하고 출고가가 원 단위까지 미세하게 일치하는 등 담합을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은 담합 행위가 있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은 “농심이 먼저 가격 인상을 주도해줬으면 하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 정도만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고, 합의와 양립하기 어려운 사업자의 행동도 일부 나타나고, 인상률과 인상폭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2001년 이전부터 선두업체인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업자들이 따라서 가격을 인상하는 관행을 따랐을 뿐이란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농심이 경쟁사업자들과 합의를 할 필요성이 적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또한 농심이 가격인상을 한 뒤 다른 사업자들은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유통망에 재정지원을 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시도한 것도 합의가 있었다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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