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북한을 찬양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연이어 무죄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미 북한과 체제 경쟁이 끝나 “대한민국의 교양 있는 국민이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옥중서신’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윤기진(4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윤씨는 1999년부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을 맡았다.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변인 겸 부의장 출신으로, 일부 보수 언론에 의해 ‘종북 콘서트’로 공격 받은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를 기획한 황선(42)씨가 그의 부인이다.
윤씨는 수감 중이던 2008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30여건의 이적표현물을 부인 황씨 등에게 우편으로 보내 범청학련 남측본부와 한총련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한 혐의(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등)로 기소됐다. 그의 옥중서신은 ‘누구를 위한 국가보안법인가’, ‘이북 공동사설을 통해 본 민족정세’, ‘선군을 알아야 북을 안다’ 등의 제목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선동하는 내용이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1심은 윤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옥중서신의 내용이 남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 윤씨에게 이적행위 목적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세계사의 큰 흐름을 통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우월성이 이미 검증되었고,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폭넓게 허용하는 등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합의가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옥중서신에 대해 “피고인의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객관적인 사실이나 학술적인 토대에 근거하고 있지 않고 논리의 비약도 심하여 적어도 대한민국의 교양 있는 국민이라면 위와 같은 주의·주장을 건전하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전도되어 북한이나 이적단체의 주의·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도 이날 국가보안법의 회합·통신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조직위원장 김세창(53)씨에게 징역 2년2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8∼2013년 ‘통일일꾼 수련회’, ‘범민련 결성 18돌 기념대회’ 등 범민련 행사에 참여해 북한의 대남 선전활동을 찬양하고 동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7월 무단 방북했다가 돌아온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의 ‘귀환 환영대회’를 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규탄 운동을 하면서 재일 북한 공작원과 지속적으로 연락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1997년 대법원 판결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됐다.
1·2심은 “폭력적 방법을 쓰지는 않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민의 지적 성숙도에 비춰 보면 범행의 영향력이 그리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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