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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빈민가 우범지역이 문화·예술 관광명소가 되기까지

등록 2016-01-17 20:27

영국에는 영리행위를 하면서도 특정 자본의 이익에 종속되지 않는 ‘지역공동체이익회사’(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라는 게 있다. 2005년 상법상의 지위가 인정된 법인 형태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수익형 ‘사회적 기업’에 가깝다. 비영리기관이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수익 사업이나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물론 이익과 자산은 어떤 형태로든 지역공동체에 귀속되어야 한다. 시아이시는 2005년 200개에서 2014년 9871개로 대폭 늘었다. 시아이시의 급격한 성장은 영국 도시재생의 패러다임 변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영국은 민간투자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소지역 단위로 주민과 경제·사회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도시재생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시아이시가 방치된 토지나 건물 등 지역 공공자산을 장기간 빌려 위탁운영을 하면서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시아이시의 도시재생 성공 사례가 바로 해크니개발협동조합(HCD)이다. 이 조합은 런던 동부 해크니 달스턴 지역의 도시재생을 선도했다. 이 지역은 다양한 인종의 이주민이 유입되는 곳으로, 거주민의 절반 이상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등 영국 내 대표적인 빈민가였다.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각종 범죄 발생률도 높았다. 이런 곳에 기존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면서 외부자금이 한꺼번에 유입되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 나타나 원주민들의 생존기반마저 흔들렸다.

그러나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이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한 뒤로는 확 달라졌다. 조합은 장기 사용할 수 있는 건물 등을 매입해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상인 등에게 우선 임대해주고 경영자문과 홍보도 지원한다. 아울러 이들과 협력해 이주민을 상대로 취업지원이나 영어교육 등 사회적 서비스도 하고 있다. 즉 저렴한 공간 이용의 혜택을 제공해주는 대신에 그 수혜자들과 지역공동체의 이익과 사회적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의 도시재생 사업은 달스턴 지역을 런던의 문화·예술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한때 범죄의 온상지였던 광장을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이 관리·운영하면서 이민자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와 이벤트를 열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공식행사가 이곳에서 열려 1만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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