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몰아치는 눈 피할 천막도 못쳐 서러워”

등록 2016-01-15 20:52수정 2016-01-15 22:09

8개 청년·대학생 단체가 모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13일 눈을 맞으며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1인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 제공
8개 청년·대학생 단체가 모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13일 눈을 맞으며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1인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 제공
소녀상 지킴이들 매서운 겨울나기
서울 하늘에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 1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곁에 머물던 청년들은 김장용 비닐과 차량용 덮개를 꺼내 머리를 덮었다. 경찰이 눈을 피할 천막 등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소녀상 곁에 머물렀던 정우령(21)씨는 “처음에는 모자만 쓰고 있다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눈은 갈수록 쌓여서 머리가 무거워지는데, 천막 하나 칠 수 없는 상황이 참 서러웠다”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청년·대학생 단체 8곳의 회원들이 소녀상의 갑작스런 철거를 막기 위해 곁을 지킨 지 보름이 넘었다. 참가자들은 최저기온이 영하 7~9도를 오르내리고 눈까지 내린 이번주가 “‘젊은 패기’로도 버티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박태훈(24)씨는 “잔뜩 웅크리고 잔 탓인지 몸이 아파 어깨와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 잠잘 때만이라도 바람을 막아줄 것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털어놨다.

청년·대학생 단체 8곳 회원들
기습철거 대비해 보름 넘게 지켜
경찰은 도로법 이유로 천막도 막아
김장용 비닐로 눈바람 버티며 생활

소녀상 옆 농성장에는 침낭·전기장판 서너개가 그나마 온기를 보태고 있다. 이 물품도 우여곡절이 많다. 정수연 대책위 상황실장은 “침낭을 상자째 내리다가 경찰로부터 저지당해 한 사람씩 품에 안고 밀반입하듯 가지고 왔다. 전기를 쓸 수 있는 작은 발전기를 두는 것도 안 됐는데, 야당 의원들이 항의한 뒤인 지난 7일께부터 겨우 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로법’을 이유로 천막 등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법상 관할 관청(종로구청)에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물품을 인도에 두면 안 되기 때문에 제지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법 시행령을 보면, 전신주, 허가받은 간판이나 현수막, 공사용 자재 등 12가지만 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적치물)로 정하고 있다. 농성 현장을 ‘불법적치물’로 보는 경찰과 달리 종로구청 관계자는 “보통 농성장의 경우 도로법만으로 단속하기 어렵다. 의사표현의 영역인 만큼 도로통행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한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천막 등이 쳐져도 일방적 집행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농성장을 지키던 김샘 대책위 대표는 다음주 초부터 기온이 다시 영하 10℃ 밑으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청년들이 여기 있는 이유는 소녀상이 세워진 이 공간의 상징인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경찰도 좀더 본질적인 것들을 되새겨 최소한의 인도적인 조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1.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검찰, 윤석열 구속기간 연장 재신청…“가능하나 결과 장담 못해” 2.

검찰, 윤석열 구속기간 연장 재신청…“가능하나 결과 장담 못해”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3.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법조계,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 “굉장히 이례적” “이해 안돼” 4.

법조계,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 “굉장히 이례적” “이해 안돼”

[속보] 검찰,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보완수사권 당연히 인정” 5.

[속보] 검찰,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보완수사권 당연히 인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