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노출 우려
‘위치정보 활성화 계획’ 의결
‘비식별화’로 본인 동의 절차 우회
개인정보 보호 외면
경찰에도 제공…사찰 우려
‘위치정보 활성화 계획’ 의결
‘비식별화’로 본인 동의 절차 우회
개인정보 보호 외면
경찰에도 제공…사찰 우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개인의 동의 없이도 기업이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와이파이를 통한 위치정보 활용 고도화 정책도 내놓았는데, 수사·정보기관의 사찰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위치정보 이용 활성화 계획’을 의결해 12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위치정보 이용 서비스(LBS)는 모바일 인터넷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사물인터넷(IoT)과 온·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O2O·오투오) 등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산업 육성 취지를 강조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2014년 12월에 ‘빅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때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적된 ‘비식별화 조항’이 이번 계획에도 똑같이 담겼다는 점이다. 비식별화란 개인정보를 당사자와 곧바로 연결할 수 없도록 암호화 등으로 가공하는 것을 뜻한다. 새 계획은 기업이 이런 가공을 거치면 당사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위치정보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사업자가 개인의 정보와 위치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경우 본인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비식별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현행법의 원칙을 기업이 우회할 길을 트겠다고 밝힌 셈이다. 비식별화 부분은 현재 이를 둘러싼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과 위치정보법 등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인데,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갈 경우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이에 대해 “자기 정보 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행정적으로 우회해 훼손하는 일종의 꼼수”라고 짚었다. 게다가 비식별화를 한다 해도 워낙 온라인상의 정보가 많은 빅데이터 시대라서 다른 정보와 결합할 경우 쉽게 재식별화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와이파이 위치정보 플랫폼 구축도 이번 계획의 핵심 내용인데 사정기관의 사찰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통 ‘무료 인터넷’으로 불리는 와이파이는 통신 기지국,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와 함께 3대 위치정보 시스템이다. 이번 계획은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통신사 등과 협업해 전국의 와이파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함으로써 쉽게 위치정보를 파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긴급구조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정보 접근 대상엔 소방방재청뿐 아니라 경찰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시위 주동자 등을 추적한다는 이유로 통신사로부터 기지국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내거나 철도 노동조합원을 수사하면서 네이버 밴드 이용 정보까지 업체에 요구하는 등 무리한 정보수집으로 비판을 받았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수많은 업체들이 이용자 위치정보들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경찰이 임의제출로 정보를 요구하면 잘 모르거나 맞설 수 없어 제공하는 업체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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