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일러스트레이션 김중화)
대법 “정보통신망법 적용땐 셀카 나체사진 유포 불법”
남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더라도 촬영 당시 피해자가 스스로 찍은 ‘셀카’ 사진이면 성폭력처벌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런 행위를 아예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법조항을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는 만큼, 셀카 나체 사진 유포는 엄연히 불법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법 적용을 달리 하면 유죄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아무개(53)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서씨는 석 달가량 만난 내연녀 ㄱ씨가 2013년 11월 결별을 요구하자, ㄱ씨가 휴대전화로 찍어 보내줬던 나체 사진을 자신의 구글 계정 캐릭터 사진으로 저장하고, ㄱ씨 딸의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로 올렸다. 또한 ㄱ씨의 남편에게 “재미있는 파일 하나 보내드리죠”, “10월28일부터 일주일간 당신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인한테 물어 보세요”라는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ㄱ씨에게는 “가족을 파멸시키겠다”며 1천만원을 요구했다.
1·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나체 사진 공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그 신체를 촬영한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까지 포함하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다. 유튜브 댓글에 게시된 사진은 서씨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이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런 판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그럼 셀카 나체 사진은 인터넷에 올려도 되는 것이냐’며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법원 관계자는 “서씨의 행위엔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판결을 누구나 인터넷에 피해자가 직접 찍은 나체 사진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올려도 된다고 오해할까 우려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이용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켜서는 아니 된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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