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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정희정권이 빼앗은 구로동 농지 “주민에 돌려줘라” 50년만의 승소

등록 2016-01-03 19:42수정 2016-01-03 19:42

대법원, 유족들이 낸 재재심서
“국가승소 재심 취소” 최종판결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 구로동 일대 농지를 정부에 빼앗긴 원주민들이 재심에 재심을 거친 끝에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옛 구로동 농지 주인들의 유족 채아무개(70)씨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재재심에서 재심의 국가 승소 판결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재심의 기초가 된 민형사 판결이나 행정처분이 바뀌었다면 재심 판결을 취소하고 종전 재심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며 재재심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농민들에게 이전하라”는 1966년 9월 대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약 100만㎡)은 일제가 1942~1943년 군용지로 쓰겠다며 강제로 수용한 땅이었다. 해방 후인 1950년 3월 이승만 정부는 농지개혁법을 개정해 농민들에게 땅을 분배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9월 구로공단 조성 명목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농민들을 내쫓았다. 농민들은 1960년대 중반 “애초 분배받은 농지를 돌려달라”며 9건의 민사소송을 내 대부분 승소했다.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국가는 대대적인 소송사기 수사에 착수했다. 농지 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들뿐 아니라 농림부 등 각급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들까지 잡아들였다. 1968년 3월부터 1970년 7월까지 143명이 체포·구속됐는데, 이들은 소송 취하 또는 토지 권리 포기를 약속하고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불법적으로 구치소·유치장 등에 감금됐으며, 일부는 조사를 받으며 벌거벗겨진 상태로 슬리퍼로 얼굴을 맞는 등 구타를 당하고 물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소를 취하하거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은 41명이 1968년과 1970년 두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26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형사재판에서 서류가 조작됐다는 결과를 얻어낸 정부는 형사재판이 끝난 1983년부터 민사소송 재심을 재개했고 대부분 승소했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민형사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유죄판결을 받은 농민 등 26명 가운데 23명이 형사재판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무죄판결을 근거로 정부가 1980년대 승소한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심리해달라며 재재심을 청구했다.

수사 과정에서 구타·고문을 당한 농민들은 숨진 뒤 비로소 명예를 회복했지만, 농지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6년 시행된 농지법이 분배농지 등기를 3년 이내에 마치도록 규정했고 현재 토지 소유주의 등기부 취득 시효가 완성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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