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들른 ‘게이 휴게텔’에서 성매매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쾌락을 추구하는 방식이 낯설고 무척 노골적일 뿐. 성인들의 합의된 성관계를 무조건 ‘음란 행위’로 치부하는 게 옳을까. 22일 동성애 업소가 밀집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거리. 주말 밤이 되면 이곳의 거리는 붉은색의 옷을 입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불법업소로 안봐
대법원이 이른바 ‘게이 휴게텔’에서 동성연애자들간에 합의한 성관계는 음란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판결을 확정했다. 게이 휴게텔을 운영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모텔처럼 게이 휴게텔도 학교 주변 등에서 영업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학교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ㅎ사우나 사장 안아무개(5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동성애 업소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왔다. 이같은 ‘게이 휴게텔’ ‘게이찜방’은 전국에 70여곳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검찰은 사우나에 칸막이방, 침대, 콘돔을 비치해 손님들이 성교하는 음란행위를 묵인해 풍속법을 위반했다고 안씨를 기소했다. 풍속법에선 목욕장업과 같은 풍속영업자는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에선 “성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음란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풍속법 위반을 빼고 학교보건법 위반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사우나가 위치한 곳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임에도 피고인이 성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업을 하는 등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검찰은 안씨가 휴게실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설치해 동성애 성교 동영상을 저장해 놓고 볼 수 있도록 해 풍속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1·2심과 대법원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선 “손님들이 스스로 음란물을 다운받아 시청하는 등 피고인의 개입 없이 음란물을 관람·열람하는 경우에는 이를 ‘음란물을 관람·열람하게 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안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우나(목욕장)는 학교보건법의 대상도 아닌데 왜 이렇게 판결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지역은 이태원에서도 여관·모텔·클럽·술집이 많아 청소년출입금지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문제를 삼으려면 이 업소들 모두를 불법영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씨는 “게이 휴게텔이 불법 업소가 아니라는 것을 법원에서 확인해줬다는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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